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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횡설술설 Apr 02. 2023

진짜 인연을 알아본다는 것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 헤매는

브런치에 통계 기능이 있다는걸 얼마 전에서야 알았다. 내가 업로드한 글에 대한 데이터, 즉 어떤 날 어떤 글을 몇명이 어떤 경로로 읽었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다. 다른 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 조회수 1,000을 훌쩍 넘긴 - 글이 딱 하나 있었는데 바로 '인연'에 대한 글이었다.


https://brunch.co.kr/@imnotthinking/2


이 글이 다른 글들과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면, 바로 이 글을 접한 사람들 상당수가 검색을 통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검색 키워드는 대부분이 '내 진짜 인연', '진짜 인연이란' 과 같은 단어들. 신기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인연에 대해 궁금해하고 찾아볼 줄은 정말 몰랐다.


우연히 제목은 검색 키워드에 얻어걸렸지만, 사실 2년 전에 썼던 저 글은 '진짜 인연이라면 이러하다' 식의 정보성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연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는, 내 인생과 인연에 보다 주체적인 태도를 취하자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사주팔자마냥 인연 타령만 하며 상황을 회피하고 방치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 결심하는 마음으로 썼던 글이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로 진짜 인연에 대해 궁금해서 글을 눌러본 사람들은 다소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검색 데이터를 보고 마냥 신기하다가 한편으로는 이해도 갔다. 나 역시 오랜 기간 나의 진짜 인연을 찾아 헤맸던 적이 있으니까. 스스로가 환상이 딱히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굳게 믿어온 한가지를 꼽자면, 바로 각자에게 맞는 인연은 있다는 생각이었다. 내 진짜 인연을 만나게 되면 뭔가 1부터 100까지 퍼즐처럼 딱 맞는 느낌이 들고, 마냥 좋고, '아 이 사람이야말로 진짜구나' 하는 확신이 들고.. 그럴 줄 알았다. 사실은 가장 호화스러운 환상을 마음 한가득 안고 살아왔던 것이다.


지난 글을 썼던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나는 지금도 인연이란 상당 부분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그중에서 나의 '진짜 인연'을 어떻게 알아보냐고 똑같이 묻는다면, 그때와는 조금 다르게 답변할 것 같다. '진짜 인연'을 '오래 함께 할만한 인연'이라고 가정한다면, 그저 내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에, 내 옆에 있고, 함께 하는 미래를 생각했을 때 마음에 딱히 걸리는 것이 없는 사람. 지금의 나에게 진짜 인연이란 이 정도이다. 예전보다 현실을 조금 더 살아내며 호화스러운 환상에서 한층 편안한 일상으로 내려왔달까.


결국 시기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내가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 때 만난 사람과 오래가는 인연이 될 확률이 높다는 당연한 소리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재미없게도. 유튜브나 각종 채널의 수많은 콘텐츠들이 진짜 인연을 알아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돌고 돌아 결국 가장 기본으로 돌아온다. 나에게 맞는 시기에, 별생각 없이 물 흐르듯 함께 하고 있는 사람. 먼 길을 돌아 그게 결국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인연일 거라는, 조금은 편안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여튼 분명한 건, 언제가 됐든 만나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각자에게 맞는 인연은 분명 존재한다는 믿음만큼은 여전하다. 그러니 부디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짜 인연'을 검색해 보는 사람들도,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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