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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횡설술설 May 14. 2023

시간이 증명하는 것들에 대하여

오늘도 글자를 쌓아가는 마음

대학생 시절부터 알던 지인이 한명 있다. 친구의 친구인지라 오랜만에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책도 출간하고 글쓰는 분야에서 작가로서 활약을 하고 있더랬다. 부럽다. 역시 끼가 있는 사람은 다르구나, 대학생 때부터 어쩐지 느낌이 다르더라니.


우연히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들어가 본다. 콘텐츠를 한참 읽다가 예전 글까지 내려가보게 되었는데, 날짜를 보고 기함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게 무려 10년 전이었다니. 불과 재작년까지만 해도 좋아요도 이렇게 적고 반응도 없었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해왔구나. 이렇게 꿋꿋하게 쌓아온 게 이제 터진 것뿐이었구나.


끼 타령을 하며 나와 애초에 다른 인종일 뿐이야, 선을 긋던 나는 10년 전 쓰인 그의 글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좋아요가 비록 2개여도, 구독자가 3명뿐이어도 꿋꿋하게 써내려 간 그의 글들. 지금 당장 봐주는 사람이 없어도 내가 담고 싶은 것을 정성스레 담아보겠다는 마음. 혼자만의 약속일지언정 일주일에 한 개씩은 쓰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진심. 이런 시간들이 단단하게 쌓여 지금 오롯이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한 때 남들의 도움을 받고자 했었다. 글쓰기 수업, 카피 수업, 시 쓰기 수업 등등 각종 수업들도 듣고 관련 책도 많이 찾아 읽었는데, 모두가 공통적으로 꼽은 기본은 단 하나였다. 꾸준히 쓰기. 글을 잘 쓰게 되는 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모두가 알려주었지만 그거 하나 지키는 게 이렇게나 힘이 들어서. 고개를 또 한 번 숙인다.  


‘시간을 들여 내 것으로 만든 것은 나의 본질적인 힘이 된다.’

책상 앞에 붙어있는 쪽지를 슬쩍 본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지고 만다. 시간을 보내며 버텨낸 나의 마음과 정성, 진심은 나중에 분명 증명해 보인다. 단단하게 쌓인 나만의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오늘도 꿋꿋하게, 마음을 꾹꾹 눌러 담는다. 5년 뒤가 될지, 10년 뒤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증명될 것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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