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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횡설술설 May 07. 2023

롤모델이 있나요?

어떤 방향으로 살고 있나요

롤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롤모델은 있을 거라는 것을 전제로 한 듯한 질문이었다. 딱히 롤모델은 없는데요, 라고 했다가 사회 생활 하면서 어떻게 롤모델 하나 없을 수가 있냐, 로 시작되는 기나긴 잔소리를 들었다. 그게 벌써 9년 전.


지금도 롤모델은 없다. 크게 필요성을 느낀 적도 없다.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결코 스스로가 그렇게 개성있고 잘나서가 아니라 나는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나에게 어울리는 대로 살고 싶을 뿐. 목표 지향적인 삶은 수능을 향해 달리던 시절 이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달까. 어쩌면 특정 상대를 롤모델로 지정할 만큼 내 인생의 방향성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서 그런 걸 지도 모른다.


거창한 롤모델은 없지만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람들은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독 들여다보게 되는, 잔뜩 부러워하고 질투심을 느껴하는 대상. 이는 매 시기마다 달라지곤 하는데, 예전에는 특정 누군가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것 자체가 찌질하고 못나보여 싫었더랬다. 그런데 질투하는 대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지금 내가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지, 내 안에 무엇이 결여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어 다음 단계의 방향성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마냥 못생겨보이던 질투란 녀석의 생각지 못한 매력 발견..!


근사하게 짜여진 인생 계획도, 이렇다 할 롤모델도 없지만 그때 그때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한다. 방향이 흐릿할 땐 질투심이 향하는 곳을 보며 힌트도 얻고, 종종 원하는 선택을 위한 용기도 내면서. 이렇게 실행한 것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모인 행동들이 다음 행동의 방향성을 잡아주기도 하면서 내 인생은 조금씩 내가 선택한 결정들로 채워지고 있다. 요즘 내가 가장 질투하는 대상은 본인 일을 재밌게 하면서 남편과 골든 리트리버 두 마리와 함께 사는 분이다. 이게 뭐라고 볼 때마다 지독하게 부럽고 질투가 나는걸 보면 지금 나에게 결여된 것은 '일을 재밌게', '남편', '골든 리트리버' 인가보다. 다음 나의 질투 대상은 누구일까.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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