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 말도 없이 너를 그리워한다.
진짜 끝.
이었다.
몇 번의 헤어짐에도 우리는 끝난 적이 없는데, 네가 더 이상 잡지 않자 그걸로 끝이었다. 이틀 만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늘 아무렇지 않게 하루면 돌아선 나를 돌려세울 줄 아는 너였는데, 너는 이틀 동안 나를 내버려두었다. 분명 끝은 내가 내놓고, 나만 끝나지 않은 이별이었다. 너의 번호를 한참을 들여다봤다. 당연하게 바꾸지 않은 애칭. 바뀌지 않은 애칭만큼이나 우리 사이는 변함없을 거라고 믿은 건 나였다.
갑자기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 이별이구나. 우리는 찢어졌구나.
그제야 다급하게 너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음이 어쩐지 느리게,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헤어지자는 나를, 너는 어떻게 돌려세웠더라.
길고 긴 신호음이 몇 번 울리지 않고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낯선 네 말투에 돌연 온몸이 굳었다.
“어, 어, 저기,”
(말해.)
“아니 그냥… 뭐하나 해서….”
(뭐하나 해서?)
“어?”
(그게 다야?)
“아니, 그게…….”
헤어지자는 나를, 너는 어떻게 돌려세웠더라.
늘 받기만 해서 몰랐던 너의 노력. 차가운 사람에게 화해의 말을 건네는 건 이토록 힘든 일이었구나.
너는 이 힘든 일을 매일 해줬던 거구나.
“미안해.”
(…….)
“헤어지잔 말, 쉽게 안 할게.”
(헤어지기 싫어?)
누그러진 목소리.
“응.”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하는 나.
(착하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
.
.
.
……그때 그랬더라면, 너는 그렇게 말해주었겠지.
상냥하게, ‘착하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라며 받아주었겠지.
그러나 난 결국 너보다 자존심이 먼저라서 널 놓는 선택을 했고, 그건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후회가 되는 거야. 수 없이 나를 돌려세웠던 너처럼, 내가 한 번이라도 널 먼저 돌려세웠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달라졌을까. 아니 그보다 전, 더 전으로 돌아가, 네가 지치기 전에 내가 널 잡았더라면. 우린 지금쯤 서로에게 상처 없이 함께했을까.
너에게 상처 준 그날도,
한낱 자존심에 널 다시 붙잡지 못한 그날도.
우리의 이별은 모두 내 탓이라
나는 할 말도 없이 너를 이 밤에 너를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