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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영 Oct 08. 2018

포기하면 모든 일이 쉬웠다. 그다음엔?

포기란, 쉬운 길이 아니라 막다른 길이었다.

얼마 전 뮤지컬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를 봤다.

거기서 나온 대사 하나가 나에게 콕 박혔다.


“포기하면 쉬운데, 포기하지 마라.”



나는 포기가 습관화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달갑지 않은 인간관계를 포기하고, 맞지 않는 일을 포기하고, 자신 없어서 좋은 기회를 포기하고.

살면서 포기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셀 수도 없다.


포기하면 그곳에 더는 마음 쓰지 않아도 되고,

포기하면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뿐더러 힘도 들지 않는다.

포기하면 모든 일은 쉬웠다.


그러나 하나둘, 포기하다 보니 그만큼 이뤄낸 성과들이 줄어들었다.

계속 함께했다면 도움이 되었을 사람들, 계속했다면 지금쯤 성장했을 일들.

지나고 나니 참지 못하고 던져버렸던 일들이 후회됐다.


참지 못해 잃어버린 것들도 안타깝지만, 더 최악인 건 그 후회들이 나를 깎아내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포기하지 않았다면 어렵게 얻어낸 성과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웠을 텐데,

포기했기에 “나는 이런 것도 견디지 못하는 바보야.”라며 자책했다.


그 수많은 포기는 나에게 쉬운 길을 지름길처럼 안내했지만,

지름길 뒤엔 끊어진 다리만이 놓여있는 셈이었다. 나는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쉬운 길은 곧 내 성장을 막는 막다른 길이었다.


그 후로는 포기를 멀리하기 위해 아득바득 기를 쓰며 살고 있다.

‘버틴다’는 개념보단 ‘이겨낸다’에 초점을 두고. 나의 성장을 위해서 말이다.


모든 일을 무조건 포기하지 말란 건 아니다. 

빨리 포기해야 좋은 일들의 경우, 구분이 필요한데 

그 경계를 긋고 싶을 때 난 이런 질문을 한다.

“이걸 포기해도 스스로 떳떳할까? 이 포기를 훗날 난 자책하지 않을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앞서 이 질문을 던지면 그 대답은 80% 이상이 “아니.”였다.

시간이 지났을 때, 참았던 순간들은 대부분 옳았다.



많은 포기는 후련함보단 후회를 남긴다.

많은 것들을 스스로 잃어보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었다.

그 어떤 일을 하더라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반드시 온다는 것.

그걸 견디느냐 견디지 않느냐가 나의 가치를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는 건 당연하다.

그런 마음이 드는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힘든 마음을 ‘자주 견디는 사람’은 ‘내일 더 괜찮은 사람’이고, 그 사실을 스스로도 안다면.

우리는 자신을 위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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