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재를 원하시나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 쓰디쓴 고배를 몇 번이나 마셨는지 모른다.
처음에 난 면접을 몰랐다.
면접에서 늘 취미와 특기를 물었고, 난 그때마다 자랑스럽게 출간한 책이 있으며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모든 면접에서 모범답안이 그렇듯 'MY STORY'를 장점과 엮으라는 공식에 당시 나는 "글을 많이 쓰기 때문에 보고서를 잘 쓸 수 있습니다." 따위의 답변을 내놓았던 것 같다.
출간했다고 하면 질문이 나에게 쏟아졌다. 면접이 아니라 거의 인터뷰 수준에 가까운, '나'에 대한 질문이 아닌 '작가'에게 궁금했던 걸 모아뒀다가 묻는 것처럼 출간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글쓰기에 취미를 갖게 되었는지 등의 질문이었다. 처음엔 그것들이 모두 이력서의 자랑스러운 한 줄인 줄 알고 신이 나서 답변했다. 하지만 어느 대기업에서 마지막 질문을 듣곤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근데 글 쓰다가 여긴 왜 왔어요?
그럴때 마다 난 패배자가 되어야했다. 내 인생에 자랑스러운 내 이력이, 실패적인 결과가 되어야만 나를 뽑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면접에선 결국 제대로 된 질문을 받지 못했고, 결과는 떨어졌다.
다음 대기업 이력서는 취미와 특기를 '독서'로 고쳤다.
그런데 면접에서 나에게만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울컥 눈물이 치밀어올랐다.
내 진짜 꿈을 말해봤자, 날 뽑지 않을 거면서.
그래서 거짓말했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내 인생에 한 번쯤 책 한 권 내보고 싶다고.
그랬더니 이번엔 '그를 위해서 무엇을 노력하고 있냐'고 물었다.
나는 회사 일에 지장 가지 않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하루에 필사를 30분씩"만 한다고 대답했다.
면접관들은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면접을 다 보고 나와,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았다. 거짓말쟁이가 된 기분이었다. 면접관들의 긍정적인 끄덕임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를 숨겨서 합격했다. 회사일은 나름대로 괜찮았지만,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그게 내 마지막 회사였다.
어떤 인재를 원하시나요?
창의적인 인재,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인재. 진정으로 그런 걸 원하는 회사는 드물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다. 다른 곳에 집중하는 사람보단 회사 일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 좋을 것이다. 그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서로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거짓 면접으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을 뽑을 게 아니라면 말이다.
"여기선 취미활동보단 회사에 집중하는 인재를 원해요."
"꿈이 너무 거창한 사람보단 회사 생활만 오래 할 인재를 원해요."
"창의적이라 튀는 사람보다는 성실하게 참여하고 쉽게 물드는 인재를 원해요."
서로 솔직해야, 진짜 독창적인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이 그들을 뽑아가지 않을까.
사회는 자꾸 '거짓 면접'을 강요해서, 서로가 상처받고 '맞지 않음'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서로가 솔직한 면접을 통해 맞는 인재와 맞는 기업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면 누구나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왜 '거짓 면접'을 연습하고, '면접장'이라는 무대에서 끊임없이 연기하는 걸까.
참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