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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무 Nov 16. 2020

이런 일도 있더라고

우울이 바다라면나는 물고기일거야. 세 번째

마음이 불안하니 의지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퇴근을 하면 뛰어서 지하철을 탄 후 중국어 과외를 갔다가, 마치면 뛰어서 지하철을 탄 후 필라테스를 가고,

종종 수채화를 그리는 소모임에 나가기도 했어요.

바쁜 덕분에 우울함이 사라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더라구요.

우울함을 외면했던 거였어요. 바빠질수록 저는 더 지쳐만 갔어요.


이런 저에게 다가온 한 사람이 있었죠.

그는 기업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해주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 그림을 본 그는 가족에 대한 스트레스,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보인다고 이야기했어요.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해당되는 뻔한 이야기였지만

당시 저는 분별력이 떨어져 있었고, 제 마음을 들여봐 준 것만 같아 감사했어요.


기쁜 마음으로 그와 따로 만날 날과 장소를 정했죠.

이런저런 질문지를 가져와 저에게 줬고, 제가 쓴 답변으로 상담을 해주겠다고 했어요.

아주 힘들어 보이세요. 많이 힘들었군요. 상담을 계속 받아야겠어요. 정기적으로 보면서 얘기를 나눠요.

같은 뻔한 말들이 저에겐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렇게 첫 번째 만남 이후 그와 연락이 잘 닿지 않아 알아보니

그는 사이비 종교 신자였고 저에게 했던 행동들은 전도하기 위한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돌이켜보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 두 개가 아닌데 그땐 그런 걸 생각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무조건적인 호의는 없구나 느낄 수 있었어요.

위험천만했지만 이렇게 흐지부지 마무리된 게 다행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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