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무 Oct 31. 2020

내가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야

우울이 바다라면 나는 물고기일거야. 두 번째

저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요구되는 외적인 모습을 정말 많이 의식하던 사람 중 하나였어요

당시 한 TV 프로그램에서 먹고 바로 토를 하고 가녀린 몸을 유지하는 사람이 나왔고,

남자 지인은 먹고 토를 하면 살이 안 찐다는 걸 저에게 정보랍시고 전하기도 했죠.


그때부터 먹고 토를 하기 시작했어요.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무서웠어요.

그러다 점점 토하는 이유는 확장되어 갔죠. 스트레스를 받으면 토를 하게 되었어요.

무겁던 속이 비워지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토할 타이밍을 놓치면 물을 한 번에 2리터 정도를 마시고 토를 했어요.

그럼 물과 함께 음식물이 나왔거든요.


그때쯤 심리상담센터를 찾아갔어요.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리 시간을 쏟아도 나아지지 않는 것이 제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센터에 있는 사람들이 들을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습게도 그분들과 관계의 끝맺음도 제가 한 것이 아닌 그분들이었어요.

어느 순간 연락이 되지 않았고  저는 도움을 받고자 손을 뻗은 곳에서조차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좌절하고,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몰라요.


모든 사람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긴 건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은 좋은 병원을 만났지만 당시의 많이 아파했던 저를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덕분에 아직은 살아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