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의 연세지만 언니라 불리고 있는 한 분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막내 아들 부부에게 '자주 안 봐도 괜찮은데 그래도 너희 목소리는 가끔 듣게 해 주라'라고 하셨단다.
그러나 며느리의 대답은
"저는 친정엄마한테도 전화 자주 안 드려요"라고 했단다. 부모를 자주 찾아봬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 주기 위해 했던 말이었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상처가 되었다며 언니는 남편분께서도 서운해하실까 봐 말도 못 하고 밤새 속앓이로 뜬눈으로 지새웠다고 하셨다.
다음날.
그래 너희만 잘 살면 됐지.
나한텐 소박한 거였지만 자식에게는 버거운 일이라면 내가 이해하며 살면 되지라고 담담하게 결론을 내리셨다고 하셨다.
순간 나이가 들어서도 크고 작은 일에도 내가 기준을 정하면 안 되나 싶은 생각이 스친다.
69세 언니의 얼굴에서는 덤덤히 내뱉는 말과 달리 허탈함이 엿보였는데 그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커다란 머그잔을 들어 감춰 보지만 이미 다른 언니들에게도 읽혀버린 후였다.
남편은 이 얘기를 듣고 이렇게 답을 내놓았다.
시어머님 입장에서야 서운한 게 당연하겠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과연 대화가 얼마나 있을지
서로가 진심이 없는 가식적인 안부 전화를 할 바에야 애초에 나의 성향을 얘기해둔 며느리가 현명하게 대처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우리도 늙어서는 자식들에게 기대지 말고 자식들이 우리 때문에 힘든 삶을 보내지 않게 하자고 덧붙인다.
그래도..
그런 가식적인 안부전화라도 자식의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겠냐고 대답했지만 사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사랑 표현엔 무디면서도 상처되는 말들은 기막히게도 잘하시는 70세의 친정엄마와
'애기야'로 시작해 한없이 살갑게 대해주시다가도 갑작스레 '야'로 전화를 걸어와 나의 자존감을 밑바닥으로 치닫게 만드시는 63세 시어머님의 거친 말들로 결혼 생활 16년을 보내면서 그 모든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모질고 차가운 말들로 되풀이하며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눈물로 지새웠던 날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내 키만큼 우뚝 선채 잘 성장해준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니 그래 나의 따스한 가정이 먼저지 싶다.
당신이 제일 힘들게 살고 계시는 거라 그걸 알아달라고 전화를 해오시면 친정엄마나 시어머님께 그에 맞게 어떠한 반박도 없이 네네라는 대답만으로 살며
안부전화라도 드렸을 땐 전화라도 안 받으시면 '혹시 내가 뭐 잘 못했나?' 하는 좌불안석으로 하루를 애쓰며 보냈던 결국은 내 마음 편하고자 했던 지난날이 지금은 원망으로 돌아와 조금은 후회스럽다.
어린 시절 못다 준 사랑을 지금부터라도
많이 표현하고 싶고, 많이 사랑해주고 싶고
아이들의 힘든 마음을 많이 이해해주고 싶다.
이젠 나 스스로 내게 위안을 주면서.
넌 그만큼 했으면 됐다.
예전엔 잘했는데 지금은 못한다고 욕 좀 먹으면 어떠냐.
나도 늙고 있다.
눈치 따윈 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