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다]를 읽고
무심하게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마주하게 된 드라마 속 평범하디 평범한 대사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을 후벼 팔 때가 있다. 그래서 다 큰 어른이 목놓아 꺼이꺼이 눈물을 흘리고, 혹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빙긋빙긋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처한 어떤 현실을 이겨내게 해주는 삶의 드링크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게 있어 당장을 버텨낼 수 있는.
-본문 중에서
우리의 삶이 녹아든 드라마 속 명대사를 소재로 가져왔지만, 작품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말 한마디가 어째서 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어떤 힘을 주었는가를 전하고 있어요.
때론 작가의 인생에 빗대어 독자들에게도 드라마 속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저마다의 기억과 경험을 부과하여 그것이 현재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면서요.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터라 내용은 잘 모르더라도 주옥같은 대사들은 어디서곤 한 번씩 들려오는 통에 어느 때는 그 말 한마디에 아이들에게 부탁해 넷플레이를 틀어달라고 하고 최근에는 '눈이 부시게'를 보며 위로가 되기도 했고 잠시 웃음을 지으며 삶의 이치를 배우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큼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이였고 딸이었고 그리고 나였을 그대들에게.
-눈이 부시게
제가 왜요? 가족이면 무조건 풀어야 하는 거예요?
왜요? 가족이면 무조건 같이 살아야 하는 거예요?
같이 있기가 힘든데..
엄마, 아버지 얼굴을 제가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보면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황금빛 내 인생
여긴 버티는 게 이기는데야.
버틴다는 건 어떻게든 완생으로 나간다는 거니까.
-미생
사람한테 상처 안 받는 법 알려줘?
아무것도 주지도, 받지도 말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그럼 실망할 것도, 상처 받을 것도 없어.
-별에서 온 그대
해마다 가을이면 원인 모를 통증으로 인해 병원에 가서 처방받은 차디찬 수액이 어느새 따뜻하게 내 몸을 채워주며 편해졌던 기억이 책을 통해 안온하게 스며들었지요.
표현은 괜찮다고 하면서도 내 표정과 말투에는 괜찮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더 싸움을 자처했던 일도
수십 가지였고 그러므로 인해 또 한 번 상처를 받는 것도 나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반복이되던 날이 있었어요.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며 내 안에 나에게 한없이 원망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던 때 나는 왜 그랬을까로 자책하는 답이 없는 질문을 쏟아내던 그때. 혼이 난 후의 아들이 다가와 꽉 끌어안아주며 '앞으로 바뀌도록 노력해 볼게요'라는 말을 나는 왜 내뱉지 못하고 살았는지 생각해 보게 돼요.
사실 내가 이렇게 마음 졸이며 사는 거 나만 알지 누가 알겠어요. 결국엔 내가 나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음을 안 이상 누굴 탓할 수가 없는걸요. 앞으로도 계속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은 있을 것이고 그럴 때마다 나는 소리 내어 연습하려고 해요.
'에라 모르겠다. 내가 알게 뭐냐'
그리고 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는 거죠.
모든 건 결국 처음이기에 내일을 예단하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처럼 남은 하루는 그냥 또 그렇게 살아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