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데요
열네 살 아들은 좋게 말하면 마냥 해맑은 웃음이 많은 아이지만 디스를 좀 하자면 내일은 없이 엉뚱한 말들을 일삼으며 당장 주어진 시간만 즐거우면 그뿐인 하루를 살아요.
다독여보고 칭찬도 해보고 하소연도 해 봤지만 뒤돌아서면 본인이 혼난 거에 대한 기억은 깡그리 지우고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짓고 할 일은 뒤로 미룬 채 컴퓨터를 켜고 영화로 빠져들어요. 변성기가 아직 진행 중인 탁한 목소리를 내며 혼자 껄껄 웃으면서요. 그러고는 며칠 전
한없이 지저분한 곱슬기를 없애보고자 볼륨매직을 해 주었는데 맘에 들지 않는다며 연신 머리카락을 누르더니 이내 어정쩡한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내고는 수시로 거울을 보며 본인의 모습에 흡족해하더라고요.
옆에서는 보는 저는 곤혹스럽고요.
한없이 바라봤어요. 아들아이를.
생각 좀 하고 행동하라고 했지만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게 아니라면 때론 생각 없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무언가를 할 때 뜬금없이 떠오르는 과거의 형상들 때문에 집중을 흩트리고 마음에 생체기를 냈던 제가 떠올라서였어요. 그냥 아들아이가 하고 있는 행동을 이해해 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밖에서도 집에서도 적당한 거리 두기는 필수라는 생각을 했지요. 그것이 아이와 내가 살 길이라는 것을 체감이라도 한 듯이요.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 가운데 빛나지 않은 별은 없다는 것이고,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이고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 왕자의 말이 순간 떠오른 것도 수도 없이 책을 읽으며 그때마다 내가 아이에게 가졌던 감정들이 떠올라서인 것일 테니까요.
잊지 말자고 또 되뇌어요.
오늘은 두 번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