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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번역기 앱이 있으면 좋겠어요

속초 다녀오면서








같은 직장을 다니며 친해졌던 언니가 속초에 살고 있어요. 또 한 명은 부천에 살고 있고요.

서울에서 함께 근무를 했던 언니들은 결혼을 하며 모두 언니들의 고향으로 내려간 거예요.

우리 셋은 간간이 통화도 하고 속초에서 일찍이 한데 모여 수다도 떨고 바닷가도 거닐던 날들을 보냈고요.

고요한 바닷가에 드리운 석양을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하는 게 만남의 마지막 수순이었죠.


코로나로 인해 2년 만에 재개했어요.

모두가 백신 접종 완료되면 꼭 만나자 했던 약속의 시간이 왔던 거라 한달음에 달려갔어요.

부천 언니가 좀 늦는 통에 속초 언니와 저는 뷰가 예쁜 카페를 찾아들고는 그간의 못다 한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고 언니는 제가 선물한 쿠키를 앉은자리에서 까먹기 시작했어요. 딸아이가 좋아할 것 같다면서도 먼저 주고 싶지는 않다면서요. 이제는 아이보다 자신의 입맛도 좀 챙겨야겠데요.

언니도 나이가 드는지 달달한 걸 찾게 된다면서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주섬주섬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선물했을 때 잘 먹었다, 맛있었다는 문자도 고마운데 만들어준 사람을 위한 배려로 그 앞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 주면 정말 뿌듯하 거든요.

저도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으면서요.


저보다 한 시간여를 늦게 도착한 부천 언니와 미처 떨구지 못한 앙상한 나뭇가지의 마지막 잎새를 보며 속초 영랑호를 드라이브도 하고 밥도 먹고요. 또 술 한 잔이 들어가며 저 깊고 깊은 단지 안에 묵혀둔 묵직한 이야기들도 꺼내며 서로가 서로를 그리고 저를 위로하는 시간들을 보냈어요. 모두들 가슴 언저리에 큰 돌덩이 하나씩은 안고 버티고 있는지를 알고 있어서인지 많은 위로가 필요치 않았어요. 그저 나도 그렇게 살고 있고, 나도 그렇게 버티고 있다가 정답이라는 듯이요.

특히나 형부와 아이의 말 한마디가 가장 힘들다는 언니들에게 전 도움이 되고자 박재연 소장님의 언어 번역기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어요.

"(상대방의) 고약한 말을 원하는 말로 돌려서 듣는 것이다. 미숙하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면 사회도, 가정도 분란이 줄어든다"는 말을요.

시간은 훌쩍 지났고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는 언니들에게 예시를 들어주니 시도해 보겠다고 했고 우린 또 다음을 약속하며 헤어졌어요.


친구가 보내온 카톡을 한참이나 늦게 보고는 전화를 걸었어요. 바빴냐는 물음에 저녁밥 짓고 건조기 돌리고 어항 청소도 하느라 문자를 늦게 봤다고 하니 낮에는 뭐하고 지금 하냐는 거예요. 집에 있는 사람이 더 바쁜 거 몰라? 하고 되물으며 언어 번역기를 나름 돌려 보았어요.

친구는 '일찍 쉬지, 늦은 시간까지 집안일하느라 힘들었겠다.' 뭐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나름 추측하며 기분 좋게 흘려 넘겼어요.

주는 사람은 모르는 말 한마디를 상처랍시고 나를 또 가두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힘듦은 누구에게나 있고 행복은 초록잎들 사이로 막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몽우리를 발견하느냐 지나치느냐의 차이라는 것을 언니들을 만나면서 또 하나 배웠거든요.

이렇게 마음 번역기 앱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드는 겨울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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