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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이끌리는 정겨움

[ 김호연 - 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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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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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홈리스였던 독고 씨는 염 여사의 지갑을 찾아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청파동에 위치한 편의점 야간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더듬거리는 발음이 다른 알바생과 손님들에게 늘 걸림돌로 작용했으나 그건 문제가 아니라는 듯 그만의 톡 쏘는 사이다 발언으로 그를 부러 찾아오는 이가 생겨났다. 편의점은 비싸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이에겐 원 플러스 원 상품을 권했꼬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는 손님에게는 반말로 응수하며 환경에 안 좋다며 비닐도 주지 않는다. 늦은 밤 술을 찾는 이에겐 날이 춥다며 온풍기를 기꺼이 내어주고 자비를 털어 옥수수수염차를 건넨다.


오전 알바 선숙은

화가 많은 성격으로 서비스 업종과는 거리가 멀지만 염 여사와의 친분으로 일을 하게 되었으며 한 날은 아들 일로 눈물을 보이며 힘들어하자 독고 씨는 한 움큼의 휴지 뭉치를 건네며 그녀의 한탄을 다 들어준다.

선숙은 그제야 눈물도 멈추고 화나는 자신이라는 주체에서 아들이 왜 그렇게 됐을까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길을 다시 걸어보며 이해로 머물 게 된다.





편의점을 '참새방앗간'이라 부르는 퇴근길 단골손님 경만은 

버거운 하루의 마지막을 참깨 라면, 참치 김밥, 참이슬로 마무리한다. 4년째 연봉 동결로 잘릴까 봐 협상이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유일한 낙인 혼술도 쌍둥이 아이들의 교육상 좋지 않다며 집 안에서 못 먹게 하는 아내 탓에 소외감이 들어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참참참'이 그에게 위로와 자유를 안겨다 준 셈이 되었다. 말없이 온풍기만 내어주고 며칠을 지켜보던 독고 씨는 옥수수수염차를 건네며 무슨 얘기든 다 들어주겠다는 듯이 마주 앉자 경만은 자신의 처지를 유유히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해하고 있던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은퇴한 배우 생활과 희곡 작가의 길을 힘들게 걷고 있는 인경에게

3개월여의 시간을 보내게 된 서울살이에서 마주한 독고 씨였다. 그의 과거를 알게 된 인경은 알코올성 치매로 상실된 기억을 찾아주고자 새벽이면 편의점을 찾아 대화를 이끌어낸다. 그에게 희망을 찾아주고자 했던 기회였으나 어느새 위로와 용기는 그녀 자신에게 생겨나고 있음을 깨달았고 이내 묶여 있었던 글을 써 내려갔다.

편의점 야간 알바가 추천하는 상품을 사고 나면, 고민이 해결된다는 신기한 주제로 엮는 '불편한 편의점'





편의점 주인 염 여사의 아들 민식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벌어들인 돈으로 마지막 투자처였던 비트코인에서 밑바닥을 봐야 했다. 친구 집을 전전하며 지내다 기용의 권유로 에일 맥주처럼 만들기 위한 양조장을 차릴 계획으로 엄마에게 투자를 요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은 곳에서 주인 아들이라는 명목으로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독고 씨와 언쟁을 벌이다 엄마의 병원 통원 소식을 듣는다. 독고 씨에게 기분 나빠진 민식은 엄마와 가까워진 계기를 만들어 준 고마움도 모른 채 흥신소 곽 씨에게 행적을 의뢰한다.





독고 씨를 미행하기 시작한 곽 씨는

어설픈 그의 행동에 금세 신분은 노출되고 편의점에서 마주한 독고 씨에게 그간의 일들을 토로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이로써 서서히 그의 실체와 함께 기억도 깨어나며 곽 씨에게 편의점 알바 자리를 제안하고 그는 서울을 떠난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그림 없는 동화책 같았어요.

왜 모두가 독고 씨 앞에서는 봉인이 해제된 채 속마음을 보일 수 있었을까요?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닌 수년간 쌓였을 그의 진실된 행동과 순수한 언어로 만들어진 경청과 공감이었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리고 두 마디보다 먼저 건네준 차가운 '옥수수수염차'는 한달음에 마셨다가는 큰일이 난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라도 하듯 모든 이의 숨을 고르게 쉴 수 있는 시원함을 선사해 주지요.

그래요. 정말 힘든 데 속으로만 아우성치는 이 소리를 밖으로 내고 싶은데 복에 겨운 소리라 할까 봐 또다시 숨죽여 울음으로 토할 수밖에 없는 그럴 때요.

사실 백 마디 말보다 그랬구나. 정말 힘들었겠다.

이 말이면 되거든요. 그걸 독고 씨가 해낸 거고요.


독고 씨의 독백으로 책은 마무리됩니다.

그가 걸어왔던 행적의 퍼즐이 하나 둘 끼워 맞춰지며 완성된 그림은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 이어져가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이어진 편의점에서 만났던 이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기억해 내기 위한 몸부림에 필요했던 온기를 채워 준 고마운 사람이었다고 말하죠.

결국 독고 씨는 자신도 한 가정에 가장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렇게 된 대한 자신을 가두고 있던 어리석음에서 소통이라는 진정한 의미의 삶을 찾아냅니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깨달았다는 독고 씨의 진짜 직업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always'라는 편의점은 너의 얘기를 언제든 들어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어딘가에 실존해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안겨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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