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 없이 말하는 누군가 때문에 많이 힘들곤 했어요. 일부러 내게 상처 주려고 하는 말인가 싶어 울기도 많이 울었고요.
근데요.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사람은 한평생을 그 성격으로 살아왔고 유독 나에게만 모진 말들을 던진 게 아니었다는 것을요.
그러다 보니 늘 말 한마디도 이것저것 재가면서 연기자처럼 상황 설정을 하고 대본을 외우듯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읊조린 다음 내뱉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렇게 피곤하게 지내니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없는 게 당연했겠고요.
너티비로 명상음악을 찾아 듣곤 하는데 어느 날은 2년 전 방영되었던 눈이 부시 게 속 명장면이 눈에 들어오는 거예요.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서 괜스레 툭하면 그냥 눈물이 흐르는 요즘인데 영상 보면서 마지막 눈물샘까지 다 쥐어짜가며 울었던 날이 있었어요.
별거 없는 하루가 또 시작돼도
우리는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오늘을 살아가라고 하더라고요. 눈이 부시게요.
내가 그렇게 누리며 살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은 게 힘이 났어요.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내 마음도 변화무쌍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비단 이런 생활이 나에게만 주어졌겠나 싶어요. 그러니 주저앉지 말고 고꾸라지는 정강이를 부여잡고 또 일어서려고 해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요.
아이 둘 다 학교에 가는 날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인간극장을 봐요. 할머니 이야기를 다루는 영상을 볼 때마다 깨닫는 게 많거든요. 젊은 날 쉼 없이 살아오셔서 성한 곳이 없는 몸을 가지고도 팔순을 넘어 아흔의 할머니는 또 호미 하나를 들고 밭으로 가세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요.
왜 힘들게 일하시냐는 질문에 몸을 놀리면 잡생각이 들어서 안된대요.
자꾸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 같다고요.
바느질하는데 남편이 물어요.
재밌어?
재미있어서 할 때도 있지만 생각 없이 지낼 수 있어서 좋아.
복잡하지 않게 산다는 건 때론 생각 없이 말하는 것도 좋겠다 싶은 일이고, 그로 인해 내게 정말로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