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왼쪽 가슴에서 겨드랑이 쪽으로 몽우리가 잡힌다고 했다.
그냥 생리 주기가 되어서 그런가 보다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했지만
개인병원에서 x-ray를 찍다 대학병원으로 옮겨 와 초음파와 조직 검사를 하고
다음 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언니의 현 상황을 전화로 알려 왔다.
길었던 일주일이 지나고 결과 나오던 날.
우린 전화 통화하며 피식 웃었다.
"거봐. 내가 괜찮을 거라고 했지?
다음 주에 세세랑 보자. 내가 맛있는 거 사 줄게."
사실 결과 나오기까지 참 모질게도 차갑게 언니에게 얘기했더랬다.
"언니 요즘 암이 얼마나 쉽게 고치는 병인 줄 알아?
그리고 환자는 편해. 주는 밥 먹고, 먹기 싫음 안 먹어도 되고,
힘들면 잠자고 싶다 얘기하면 주사 놔주고,
그럼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고 환자가 세상 편해.
정작 힘든 건 보호자인 거지.
나 아파서 누워 있을 때는 병간호도 결혼도 안했던 준이 아빠한테만 시키고
한 번밖에 다녀가 보질 않았으니 그것도 모르고
엄마나 언니는 자기들 아파서 고통받는 거 걱정부터 하고 있냐?"
일주일 전.
만성기관지염으로 판정받으며 나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그 날
기침하다 피가 나왔다며 당신은 분명 암인가 보다고 나에게 말씀하셨던 엄마에게도
똑같이 말한 걸 알고 있던 준이 아빠는
너도 피해 의식이 있나 보다고.. 굳이 언니나 엄마한테 그렇게 못됐게 말할 필요가 뭐가 있냐며
나에게 한 소리했다. 넌 정작 뭐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거냐고.
당신이 뭐든 해결해 줄 테니 나보고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준이 아빠.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과 현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되지
지나 온 날 들추어 왜 너를 힘들게 하냐고..
준이 아빠의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탓에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고
지나버린 과거에 얽매이며 과거를 붙잡고 왜 나와 준이 아빠만
(정작 당신은 한 게 없다고 하지만)
우리 가족 때문에 힘들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며 두려움과 불안으로 사랑만 하기에도
짧은 이 순간을 놓치고 있었던 거였다.
언니는 지금 수술실에 들어가 있다.
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혹을 제거하고 조직검사를 하면
또 며칠 불안으로 힘들게 보낼 언니에게 오늘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고 싶다.
언니가 내 언니여서 고맙다고.
진짜 진짜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