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 웰빙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기구로 하는 게 아닌 스트레칭 위주로 하는 운동이다 보니
연세가 있으신 분들도 간혹 계신다.
호칭을 선생님, 여사님, 어머님으로 입에서 나오는 데로 불렀는데
그냥 언니라 편하게 불러 달라고 하신다.
그렇게 1년을 함께 운동하다 보니 이젠 운동을 마치고 함께 점심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즐거운 수다 시간도 갖게 되었다.
누군가는 기 뺏긴다며 자주 어울리면 안 된다고 하는데 난 언니들과의
모임을 기다리고 있다.
친구나 학교 엄마들을 만나다 보면 아이들의 공부에 치우쳐 너무나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마주하다 언니들을 만나면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닫기 때문이다.
69세 언니는 5명의 시누이와 홀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속에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삶을
사시고 그걸 보고 자란 3명의 자녀분들은 절대 결혼 안 하겠다고
비혼 주의자를 선언하며 다 타지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놀 시간마저 빼앗고 공부만 시켰던 54세 언니는
공부 잘하는 두 딸을 두었는데 첫째 딸은 전공도 살리지 못한 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 딸의 삶이 안타깝기보다는 응원한다 하셨고
현 작가 생활을 하고 있는 둘째 딸은 결혼하여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고
임신 중에 있다며 언니는 함박웃음을 짓고 계시지만 그 큰 웃음을 짓기까지 평생 가슴에 묻어 두고 가야 하는
울분 하나가 가끔 언니를 눈물짓게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49세 언니는 출판사 대표님의 사모님이라 평탄한 삶을 사셨을 것 같지만
외동아들이 8살에 뇌에 혹이 생겨 험난한 수술을 이겨내준 감사함에
건강하게만 자라거라를 몸소 실천하고 사신 덕분에 눈에서 레이저를 쏘아가며 성악이라도 전공할 듯
목소리를 높이는 중 2병 아들이 그저 뉴스에만 안 나오기를 바라며 사셨다고 했다.
그러곤 재수 3수에 이름 모를 대학교에 입학한 아들은 얌전히 학교생활에 충실히 하고 있다며
언니는 조바심 없이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셨다.
모두들 한결같이 자식은
내 소유물이 아니고 엄마의 바람대로 커가지는 않더란다.
자식에 대한 바람도, 오늘에 대한 불안도 모두 왜 그때는 내려놓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정답은 오롯이 내가 행복해야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는 삶의 지혜를 배워가며
하루의 시작과 마무리를 웃음으로 할 수 있게 만들어줘서 난 너무나 감사하다.
49세 언니에게 문자가 왔다.
자기야~ 오늘 올 거지? 보고 싶어♡
네. 그럼요. 나가야죠.^^
언니들 안 본지 이제 일주일도 안됐는데... ㅋ
누군가가 나를 찾아 주고
내가 찾고 있던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 행복하다.
언니들이 좋아할 만한 상투과자를 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