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결혼기념일 선물로 명품 백을 사주겠다며
강남의 백화점에 데리고 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백화점은 무척이나 붐볐고
명품 매장은 하나같이 입구에서 줄을 지어
대기하며 차례가 되면
직원분이 나와서 친절히 모시고 들어갔다.
백화점에 쇼핑하러 온 사람들을 보며
돈 걱정 없이 살아서 좋겠다며 내심 많이 부러워했다.
남편은 너도 명품 백 사러 여기 왔으니
똑같은 사람이다 생각하라고 했고 며칠 후 결제 때문에
다시 찾아갔던 백화점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명품 매장은 여전히 대기하고 있는 줄이 있고
그 매장에는 중년의 여성뿐 아니라 젊은 아가씨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괜히 주눅 든다.
아이들 간식거리라도 좀 사가지고 갈까 들렸던
식품 매장엔 점심시간이라 식당 코너별로 사람들이
즐겁게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고 있다.
뭐 살까 이리저리 살피는 내 눈길이 자꾸만
바닥으로 내려온다.
나도 나름 차려 입고 왔는데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고
생각해서인지 간식거리는커녕
얼른 백화점을 나서 바로 도착한 버스에 오르니
환승되었습니다라는 멘트에 앗싸~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버스에 오르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현 나의 심정을 전하니
"너도 명품 백 더 사도 되고
마사지 끊어서 피부 관리 받아도 되고
좋아하는 카페라테 하루에 100잔 마셔도 돼.
네가 집에서 아이들 케어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 해주기 때문에
내가 밖에서 편하게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거야.
그러니 돈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너의 권리도 누리면서 살 자격 있어"
C 매장에 있던 그녀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나도 그들과 똑같이 명품 백에 명품 옷이 어울리는
몸매(?)를 가졌지만
겉치레보다는 내 심장에 명품을 두르고 있으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거라고 외친다.
버스 안으로 가득 찬 히터 바람에
노곤 노곤 잠이 온다.
한시간여의 꿀잠을 즐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