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 8:14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아나고 회 시킬 때가 있을까
엄마는 골치 아픈 사람
-왜요?
엄마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너 귀찮게 해서
-무슨. 그런 게 어딨어요?
하나도 안 귀찮아요
어디 배달해주는 곳이 있나
알아볼게요.
-엄마 아나고회는 없고
광어나 우럭은
배달이 되는데 이거라도
주문할까요?
엄마는 바로 전화를 걸어오셨다.
"누가 아나고회 얘기하는데 갑자기 네 아빠가 사다 준 아나고회가 생각나는 거야.
회는 물컹해서 싫어한다고 이건 꼬들꼬들해서 먹기 좋을 거라고 사 온 게
엄마가 처음 먹어 본 회였어. 그 맛이 생각나서 먹고 싶었는데 없으면 다른 거
주문 안 해도 돼."
- 엄마 그럼 화요일에 우리 집으로 오세요.
우리 동네 아나고회 파는 데 있잖아.
내가 많이 사드릴게요.
"괜찮아. 얼른 쉬어라"
왜 나만 엄마를 챙겨야 하고 엄마의 푸념 섞인 하소연을 들어가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한창 울던 때가 있었는데 그 울분이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이제 나도 못 참겠다며 엄마가 내게 못해 준 시간들만 마음 한구석에 쌓아두었다가
작년부터는 엄마를 만날 때마다 짜증 나는 얼굴로 대했고 나한테 왜 그랬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그렇게 하실 수 밖에 없으셨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시고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가며 식사를 하셨다.
자기중심적이었고 짜증 섞인 말투가 일상이었으며 자식의 삶은 안중에도 없으셨던
엄마는해가 바뀌고 엄마의 나이 앞자리 숫자도
바뀌니 감정에도 변화가 찾아오나 보다.
뭐 하나 부탁을 하실 때도 항상 당당하셨는데 이제는 내 눈치를 봐서일까 전화로
직접적인 말씀도 안 하시고 ~해줄래라며 문자를 전송해오신다.
늘어진 눈꺼풀로 희미해진 눈을 글자가 잘 보이게끔 최대한 가늘게 뜨시고는
자음 한 개 모음 한 개를 투박한 손으로 눌러 가며 완성하셨을 내면이 많이 약해지신
할머니가 되었다.
이제 보니 엄마가 점심 식사가 끝나면 배가 아프다고 꼭 화장실을 가곤 하셨는데
나 때문이었나 눈물이 그렁해진다.
엄마 미안해. 엄마 마음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실은 엄마한테 고마운 게 더 많아.
어린 시절 나만 예쁜 털실로 스웨터 만들어줘서 마음이 따뜻하게 겨울날 수 있었고,
친구가 집에 오면 한 상 거하게 뚝딱하니 차려 내와진 밥상이랑 매일을 다르게 싸준
도시락 반찬 덕분에 난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했고, 해가 시작할 때마다 나만 한약 해줘서
지금의 건강이라도 챙기며 살 수 있었고,
그리고 나 건강하게 아기 나았다고 전화할 수 있는 우리 엄마가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그러니까 엄마 이제 미안해하지 마요.
나도 안 그럴게요.
앞으로는 좋은 추억들만 이야기하고 살아요.
엄마 정말 많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