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유라 [무해의 방]을 읽고








무해의 어머니는 늘 먹고사는 게 바로 '존엄'

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자유와 먹을 것

을 얻었다고 그것이 곧 인간적인 삶은 아니

었다. 인간적인 삶은 무엇이고 그것은 왜 인

간의 의지대로 안 되는 것일까. 하고 그녀는

자주 생각에 잠겼다.


-본문 중에서



탈북자였던 무해는 세상에 태어나 가장 두려

웠거나 슬펐던 일은 그의 가족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라고 말하는 남편과 시

어머니의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외아들이 소

설을 쓰겠다고 선언했던 순간이라고 말을 듣

고는 겨우?라고 어이가 없음을 표현했지만 그

건 아무 걱정 없이 살아온 남편의 삶에 대한

부러움과 치열하게 살아온 탈북자 자신에게서

한 인간으로서의 안전한 삶을 누리고 싶었던

여자였음을 알게 되었고 그에 따른 인간이 인

간에게 주는 처절한 아픔에 상실감을 이야기

하고자 했던 건 아닐까 싶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라 일

컫는 인권은 과연 모두에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내 나라에 대한 민족 감정은 사

랑이던 비판이던 누구에게나 함께 공존해 있을

것이다.허나 그 감정의 기복은 내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 가끔은 너무 절망스럽거나 처절하게 표

현이 되어 나타난다. 개인이 나라에 대해 싸움을

걸어도 이길 수 없음을 허나 돈이면 다 되는 세

상이라는 걸 북에 살았던 무해가 이야기하는 게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느끼면서 말이다.


나의 외갓집 시골 마당엔 깊은 우물 하나가

있었다. 그 시커먼 우물 안에 어떠한 생명체가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비롯되어

허리가 반이나 꺾인 채로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

노라면 어느새 무언가가 튀어 올라 나를 집어삼

킬 것 같은 공포심이 몰려 오기도 했다. 그럼에

도 위험을 무릅쓰고 버티고 있는 내게 외할머니

는 화를 내시기보다는 행여나 내가 빠질세라

허리춤을 부여잡고 계셔 주셨다.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혼자라면 하지 못할 일들을 함께라면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우리 국민들처럼,

그리고 그 어린 날의 한 일화처럼 무해에게 들려

주고는 그녀를 꼭 안아 주며 말해 주고 싶다.


내가 함께 해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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