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히지 못하는 그것 하나








가끔 내 머리가 아파질 때까지 화를 이겨

내지 못할 때가 있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 머리가 지끈 지끈하

게 아파진다. 모든 걸 다 내려놓았다고 하

면서도 아직 나를 괴롭히는 그것 하나.

욕심이다. 나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는 걸

느낄 때면 미안함에 얼른 생각을 바꿔 보

려 하지만 쉬이 뒤돌아서지지 않는 걸.


감사한 일을 쭉 나열해본다.

아이들의 건강.

향긋한 빵 냄새.

내 손끝에서 탄생하는 가방 하나.

하루에 3잔까지 거뜬히 마실 수 있는 디카

페인 커피가 주는 마음에 위로.

카페 가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히 마실 수

있는 딸아이가 만들어주는 따뜻한 라테

한 잔.

엄마의 사랑이 고프다며 열세살 아들이 퍼붓는

질척이는 뽀뽀세례.

온갖 소음으로부터 막아주고 편안한 피아노

음악으로 온전히 나를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헤드셋.


떠나보내지도 못할 거면 내 안에 있는 거라

고 받아들이지도 말자.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만 봐 주자.

이렇게 글로 풀어내며 난 또 이겨내려 노력

중이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진유라 [무해의 방]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