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머릿속에 아몬드를 두 개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귀 뒤쪽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깊숙한 어디께, 단단하게 박혀 있다. 크기도, 생긴 것도 딱 아몬드 같다. 복숭아씨를 닮았다고 해서 '아미그달라'라든지 '편도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외부에서 자극이 오면 아몬드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자극의 성질에 딸라 당신은 공포를 자각하거나 기분 나쁨을 느끼고, 좋고 싫은 감정은 느끼는 거다. 그런데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손원평 [아몬드] 中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냉정하고 무미건조한 아이로 평가받으며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못 느끼는 채로 무감각 속의 윤재와 자신이 받은 고통을 처절하게 온몸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곤이는 결국엔 동일시에 살고 있는 같은 부류의 한 인간이었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살 것인지, 괴물로 남을 것인지 스스로의 생각이 주는 여운이었다.
오늘을 비극이라고 느끼는 것 또한 어떠한 기준은 없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몫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선과 악은 동시에 존재할 테지만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건 오로지 나 스스로가 아닐까.
잔혹한 범죄는 날이 갈수록 진화되어 자극적인 이슈들로 쏟아진다.
당사자들은 당시의 행동은 일시적으로 나타났으며 충동적이었음을 주장하며 어떠한 감정도 품질 않았다고 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요즘 세태야 말로 훗날 분명히 곱씹고 후회되는 행동일랑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질 않기를 간절히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