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색 청바지에 화이트 셔츠를 입고 화이트 로퍼를 신고 베이지색 린넨 재킷을 걸치고 집을 나선다. 아직 찬기가 있는 봄바람이지만 여기저기 봄꽃 소식을 전하던 며칠 동안의 뉴스 때문이었는지 설레는 외출이다.
내 얼굴에 기미 꽃 피었단 소리는 듣기 싫어 덕지덕지 바른 끈적한 선크림에 머리칼 몇 가닥이 얼굴에 자꾸만 달라붙지만 떼어 내는 일도 싫지 않은 날이다.
긴 머리를 쓸어 넘겨 보는 게 나의 로망이었는데 짧은 내 머리는 봄바람이 알아서 흩날려 주니 여신이 따로 없다고 스스로 애정 한다. 여학생들이 한 무리 지어간다. 마스크 너머로도 보이는 활짝 피어나는 웃음꽃이
그래. 그맘 때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고3 때 취업 나간 선배가 사회생활이 녹록지 않다며 학교 다닐 때가 제일 즐거웠다고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으라고 했다. '쳇 그럼 언니가 더 다녀보시던가요.' 빈정대던 나는 다음 해 학교를 찾아서는 후배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마음껏 울고 마음껏 웃고 마음껏 즐기기를.
오늘도 목적지로 향해 힘차게 걷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1초만 지나도 과거의 시간이 됨을. 그 1초 전을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