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는 과정을 봐주기를
프리마켓에 다녀왔다.
가방, 팔찌, 과일청, 캐리커쳐 등 핸드메이드로 이뤄진 테이블이 한가득이었다.
남편은 딸아이에게 매듭 팔찌를 권하며 잘 어울린다고 사라고 했다.
"얼마예요?"
"6,000원입니다"
헉. 너무 비싼 거 아니냐며 딸아이에게 내가 지난번 만들어준 거랑 똑같으니 색만 바꿔서 다시 만들어 주겠노라 사지 말라고 했다. 옆에 있던 남편은 판매하시는 분 기분 나쁘게 왜 그러냐며 나에게 한 소리 한다.
아차 싶어 얼른 그 학생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보니 학생의 입장이 되어 생각이 스쳤다.
나는 남편의 바지 기장을 수선해 주고 돈을 받는다. 왜 이렇게 비싸냐고 타박 반 웃음 반이지만 이 바지 하나에 매달려 있는 내 시간과 수고비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 정도는 싸게 받은 거라고 양양 자득해하던 내가 떠올라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다른 사람이 잘 만든 결과물에 값을 매기지 말고 그 과정을 봐주고 정당한 값임을 인정해 주자고 다짐한다.
뭐든 맞닥뜨리면 꼭 깨닫게 된다. 스치듯 무감하게 지나치지 말고 그 깨달음이 오랜 세월 내 안에 자리 잡기를 가을바람과 약속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