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점점 행복해지기로 했다
한마디 말과 따뜻한 눈빛. 설사 이 세상 누구도 내게 그런 걸 주지 않는다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내가 나에게 주면 되지 않는가. 나를 가장 사랑하고 있고 사랑해야 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므로.
-본문 중에서
스스로 죽어도 될 이유를 30가지도 더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나 자신부터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섬진강변 소박한 집에서 매일같이 거울을 보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답다'라고 외친다. 굳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애써서 인정받지 말고 내가 나를 알아준다면 더 위로가 되는 삶이란 걸 깨닫기까지 뼈아픈 힐난과 세월의 더께에 드리워져 있던 자아의 꿈틀거림이었을까. 저자가 살고자 했던 노력이 책 속에 여실히 드러나 있다.
열네 살 소녀가 가장이 되어 부잣집 아이들 틈에서 과외 한 번 못 받고 제 손으로 밥해 먹고 다녀도 기죽지 않았지만 그런 착한 이미지를 그대로 이용해 먹은 해고 노동자 때문에 힘들어했던 H. 무능한 예술가 아버지에 허영기 있는 미인이셨던 어머니를 둔 J는 남들의 이목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교회에 십일조를 내던 부모님을 대신해 갚아도 끝이 없는 빚을 대신 갚는 것도 모자라 돈을 해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는 부모님 때문에 본인이 더 죽고 싶어 했던 어느 날. 학력, 집안, 미모에 경력까지 그리고 남편의 경력과 아이의 학벌까지 더해져 많은 것을 가졌지만 남편의 첫사랑으로부터 연락이 온 후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는 의심으로 하루하루가 힘들다던 S. 그녀들은 섬진강 변으로 쉼을 찾아 위로라는 꽃향기를 찾아 차례로 다녀간다. 그러나 현실적인 조언과 명민한 충고로 후배의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세상이란 건 그리고 가족이란 건 감성적이기보다는 직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었기에 과감한 태도를 선택했다.
저자는 말한다. 사실 이 세 명의 후배들에게 해준 말은 실은 나에게 해준 말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더 하고 싶은 말도 있다는 것을. 그것은 누군가 나를 절벽으로 밀었는데 그때야 비로소 나는 내게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고 생은 기필코 우리를 절벽으로 민다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선택할 것이다. 추락할 것인지 날아오를 것인지를.
남들의 시선 때문이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예쁨을 돋보이기 위해 피부 관리를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확증될 것이다.
사물들에 집착하지 않을 때야 비로소 우리는 사물들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다. 우리가 사물들을 놓아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들을 그대로 평가하기 시작한다.
비단 사물뿐이겠는가. 사람도 필시 마찬가지이거늘. 추위에 움츠려 들어 있던 허리를 펴는데도 잠시의 아픔이 따른다. 하물며 마음속 고통이라면 망각되지 않은 무게까지 차올라 여지없이 무너지기 일쑤일 터. 그래. 내가 살고 봐야지. 남들이 미쳤다고 한들. 시원하게 욕지기 한 번 해주고 또 먼지 털듯 털어보는 거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부시도록 들이치는 겨울 햇살이 섬진강 강가에나 드리우는 윤슬처럼 온 집안이 반짝거림으로 일렁인다. 잘 살아보자. S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