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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싫은 소리가 자극이 되었다

이젠 간단하게 해서 먹는 밥이 좋더라







남편은 밥상 앞에서 늘 잔소리를 했다.


'왜 이렇게 싱거워'

'이건 너무 짜'

'아니 도대체 뭘 넣은 거야'

'맛이 왜 이래'

'어떻게 똑같은 요리도 매번 맛이 다르냐'


-싱거운 것 같아 간장 한술 더 넣었더니 그런가 봐


밥상을 차려 놓고 남편의 눈치부터 본다.

첫 술에 또 무슨 얘기를 할지 심장이 두근두근.


요리를 배웠다.

'똑같은 음식 이젠 식상해. 다른 건 없어?'


-알았어. 다른 요리 배워볼게


그렇게 남편의 잔소리에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 독이 득이 되어 지금의 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인정받는 셰프로 거듭나 있다. 허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남편의 잔소리에 울화가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의 잔소리가 없었다면 난 여지없이 간도 잘 못 맞추고 집에서 손님을 치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매번 발전 없는 똑같은 요리를 하고 저녁 밥상에선 남편과 아이들의 볼멘소리를 듣는 전업주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세상에서 요리 제일 잘하는 엄마로, 딱히 외식하지 않아도 집 밥을 맛있게 해 주는 우리 엄마로 칭송받고 있다.


현재 우린 결혼 18년 차.

남편은 밥 다 먹고 나서는 "에이 오늘 치킨이나 시켜 먹고 싶었는데"라고 말한다.

참다 참다 폭발했다.


-아 그럼 먹자고 얘기하지. 왜 힘들게 밥 차리게 만들어!


듣기 싫은 소리가 이젠 득이 아닌 독이 되는 자극이 되었고 거하게 차린 밥상이 아닌 한 가지의 레시피로 먹어도 건강한 집밥이라는 것이고 밥이라는 본령은 안 하고 살아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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