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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 [프리즘]을 읽고

사랑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우린 또 성장해 간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본문 중에서



영화의 음향을 손보는 사운드 후반 작업 업체에서 일하는 도원과 같은 빌딩 내 완구회사에서 근무하는 예진은 번잡한 곳을 피해 찾아든 1층 텅 빈 공간에서 맞닥뜨리며 한쪽의 외사랑이 시작된다. 도원에게는 지칠 대로 지쳐버린 지난 사랑 때문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염원이 없었기에 다가오려는 예진의 마음을 알음 체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지냈다.

'이스트 플라워 베이커리' 가게 주인 재인은 어린 시절 부모의 폭력성으로 늘 불안에 떨어야 했다.

돌파구로 찾은 결혼 생활마저 단기간에 헤어짐으로 마무리됐으며 여전히 헤어진 이유를 모른다며 놓아주지 않는 남편을 만나고 있으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호계와의 대화를 통해 일상을 꾸려간다. 재인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착한 남자 호계는 오픈 채팅방을 통해 예진을 만났다. 의도치 않게 보게 된 예진의 수첩에서 도원을 향한 짝사랑을 눈치채게 되었고 도원의 주선으로 넷은 연극을 보게 된다.

그곳에서 옛사랑 그녀를 마주하고 다시는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재인과 도원은 빠른 속도로 사랑이 진행된다.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호계는 예진을 좋아하고 있었기에 도원과 재인의 사이를 결국에 폭로하게 되고 예진은 겉잡을 수없이 혼란스러워지며 이 사랑을 가질 수 없다면 재인에게도 주지 않겠다며 결국 도원에게 재인의 전 남편과의 관계를 말하며 둘은 다시 멀어지는 사이를 반복하고야 만다.

결국 네 사람 모두는 사랑과 헤어짐의 모호함 속에 일상을 살아간다.





사계절에 따라 변화되어가는 사랑 이야기였다.

차분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던 판타지 소설 같았던 '아몬드'라는 전작에 비해 '프리즘'은 침착하고 한없이 고요했으며 잔잔한 호수에 떠 있는 하얀 백조 한 쌍을 다룬 사랑 이야기 같았다.

설렘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졌다에 포커스가 맞춰진.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어 결국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다.


호계를 떠나보낸 예진은 피라미드 모양의 아름답고 날카로운 프리즘을 집어 들며 흰 벽에 대고 햇빛을 통과시켰다. 작은 조각이 뻗어내는 아름다운 빛깔. 길고 짧은 파장의 빛이 벽 위로 자연스럽게 용해되어 색깔은 분명하지만 색 간의 경계는 흐릿한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것일까.

작가가 네 남녀의 사랑에 담긴 이야기는 사랑은 무척 달콤하지만도 부드럽지도 않다고 말하고자 했다는 것을.

조심스레 잡고 들어 올린다 해도 한순간에 베일 수 있는 날카로움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는 또 사랑을 갈구하고 반복되는 헤어짐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해간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을.







작가는 말한다.

세상은 수상하고 위험하지만 그보다 더했던 시절은 늘 앞서 존재했고 인류는 그 시간을 모두 지나쳐왔다.

그러니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마음을 아끼지 말자.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도.

누가 뭐래도 지금은 사랑하기에 더없이 걸맞은 때다.

그렇게 믿어본다.

코로나로 인해 가정 내 불화가 쌓이면서 무료 심리 상담을 지원해 주는 지자체가 생겼다는 기사를 접했다.

우리 모두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란 나날이라지만 필시 지금은 무감각해진 무의미한 언어가 아닐까마는 그래도 내 안에 작은 불씨 하나는 꺼트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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