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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희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읽고

손해볼 거없다면 가보는 건 어때? 엄마가 옆에 있잖아









"힘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마음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며, 마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직되지 않고 부드러워지는 거라고, 그러니 딸아, 온 마음을 다해 울고 웃으렴. 모든 감정을 흐르도록 둠으로써 생이 선물하는 다채로움을 가능한 많이 경험하렴.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마음을 돌보는 일에 인색해지지 말기를 엄마는 진심으로 바란다."


-본문 중에서





자녀가 있는 여느 부모가 그렇듯 저자 또한 공부하러 떠난 미국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딸이 더 이상 품 안의 자식이 아님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정신과 전문의로서 조언을 해주었을지언정

딸아이에게는 30년 동안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여자로서의 현실적인 조언과 엄마로서의 응원을 책에 쏟아냈다.


세상에서 가장 아껴야 할 사람은 너 자신이고, 모든 일을 잘하려고 애쓰지도 말 것이며, 어떤 삶을 살든 사랑만큼은 미루지 말라고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마음은 그냥 쉬게 둘 것이고, 인생에 대해서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아갈 이라고 말하며 37가지의 인생 카운슬링을 담았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딸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진솔된 이야기들로만 엮어 있으니 두고 볼 책으로 유용하지 싶다.


"진정한 이기주의자란 자신의 길을 갈 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에 당당히 맞서라. 그래야 세상이 너를 만만히 보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스스로를 아끼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너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별 표를 백만 개쯤 치고 싶은 대목이다.

우린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마라'라거나 '난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하는 이들을 흔치 않게 본다.

나도 그랬다.

너는 엄마처럼 네네 하지 말고 욕먹더라도 싫은 건 싫다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그것이 나와 상대방이 평등한 관계로 오래 유지될 수 있음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치원 시절부터 상기시켜 주었다.


" 슈퍼우먼이 되려고 애쓸수록 힘든 것은 자신뿐이다.

그리고 힘든 만큼 당연히 누군가가 그것을 알아주기를 바라게 되는데,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심한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누가 그렇게 하래? 당신이 좋아서 한 거잖아'라고 생각한다.

(헉 이건 남편이 내게 하던 말인데)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도 "슈퍼우먼이 돼라"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시해라.


아이들 키우는 게 내 맘 같지 않을 때 내 탓인 것만 같은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엄마가 처음인 거야'하며 혼자 다독이며 이 시간에 머물렀다.

늦은 밤 TV에서 나온 음식이 맛있어 보여 내일 꼭 사 먹어야지 했지만 정작 다음날이 되면 먹고 싶지 않거나 머릿속에서 잊혔듯이 내게서 나가려는 말 한마디도 잠시 참아보자 생각했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아 이 말은 상처가 됐겠구나' 싶어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한껏 융화된 언어로 표현이 될 때가 있다.





지금 내겐 딸의 존재가 나를 힘나게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뭐든지 잘하려는 욕심을 버린 것이다.

한 날 딸아이는 하굣길에 초등학교 때 모든 것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해서 같이 놀려는 아이가 없었다는 혼자 가는 친구를 보았다고 했다. "그럼 불러서 같이 가자고 하지 그랬어. 다음번에 너도 혼자 하교할 때 누군가가 이름 불러 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더니 자기는 혼자 가는 게 좋단다.

풋 속으론 "그래 너 잘났다"라고 했는데 사람 사는 세상인 만큼 모두와 연대해야만 실속 있는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솔직한 딸아이가 이 말 많은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내며 살아가는데 더 편치 않을까 싶다. 수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이슈들을 보고 지레 겁먹으며 혼자 지내려 한다면 난 기꺼이 그래, 혼자가 주는 외로움이 아닌 너만의 시간으로 마음껏 즐겨 보라 말해 주겠다.


나는 오늘 또 참았다.

내 안의 격양된 목소리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그리고 나는 안다. 어떻게든 쓴소리는 꼭 내뱉고야 마는 딸아이도 입을 꾹 닫고 참고 있다는 것을.

내게 먼저 와 스킨십을 해주는 것은 딸아이에게 있어 큰 변화였기에 난 감사했다.


나의 엄마가 그래 왔듯 나도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며 전업주부로 잘 살고 싶었다.

허나 뜻하지 않은 변수는 계속 있어 왔기에 이 길이 맞나 싶은 우울감도 느껴서인지 딸아이만은 선택의 기로에서 당당하게 자신만의 직관을 따르며 걸어가라고 말해 주고 싶다.

그리고 힘들 땐 기꺼이 너의 부름을 반기며 엄마가 달려갈 것이라고 명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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