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함께 지내야 한다면말이야그냥그러려니 하고일관해 버려
딸아이가 동생이 자꾸 놀린다고 짜증이다.
"엄마 준이가 자꾸 저보고 놀려요"
"윤아 엄마가 윤이한테 용돈 줬는데 받으면 누구 거야?"
"제거요"
"안 받으면?"
"엄마 거요"
"학교에서 우유 무료로 나눠 주는데
윤이는 아침에 마시면 배 아프다고 안 마시잖아"
"네"
"그거야.
아무려 나한테 좋다고 한들 필요 없으면 안 받으면
그만이야.
그러니까 준이가 놀리거나 말거나
윤이가 듣기에 가치가 없으면 무시해"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냐는 건 나부터도 매일같이 품고 있는
의문이거늘 그래도 어쩌나.
딱히 떠오르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질 않으니.
딸아이에게서 잘 모르겠다는 표정의 공허함이 스친듯하지만
훗날 곱씹으며 생각해 볼 날은 있을 테고
나는 부러 모르쇠로 일관하고
청소기를 들고는 방을 휘젓는다.
오늘도 무더위가 한창 이어질 듯하다.
더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니 난 점심 메뉴가 떠올랐다.
윤아 우리 점심으로 열무비빔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