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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적인 반가움으로 나는 오늘도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를 읽고







기왕이면 재미있고 신기하고 이상하고 궁금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작고 귀엽고 아름답고 신기한 것들이 오밀조밀 공간을 채우고 사랑으로 가득한 마음이 그곳에 깃들기를.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며 서로의 마음에 어떤 흔적이 되기를. 슬프지만 아름다운 일들에 대해 함께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여정이 있기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그림책을 읽으며 성장해온 작가는 살면서 익혀온 세계의 가장자리를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관하여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엮어 그림 동화책이 주는 순수함의 힘을 실었다.

귀감이 되는 문구들이 인용되어 있기도 했고 짤막하게 소개되는 그림책의 줄거리들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그 책을 엮어 읽기에도 재미를 더하겠다 싶었다. 어릴 적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홀리던 이야기들처럼 그리고 아이와 다정하게 물음을 주고 받으며 지혜로움을 배워가던 기억들이 하나둘 선연하다.


집사이기에 가능했던 고양이의 이야기도 주를 이룬다.

동물에 관한 그림책을 소개하는 글이 주를 이루어도 모든 생명체로 나아가 넓은 세계로 확장된 모험 속에서도 우린 성장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며 아무리 단조로운 삶이라 해도 반드시 의미는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서두를 필요도 없었고 '아하'하는 깨달음에서 오는 탄성도 없었다. 그저 자연스레 읽히는 건 정자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멈춤에서 주는 평안만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타인은 내가 모르는 낯선 세계고,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이방인들이다. 그리고 끝내 닿을 수 없는 섬 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싫은 마음이 좀 누그러든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이 또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영 싫은 사람도 있다. 

(그랬다. 싫은 건 그냥 계속 싫었다. 사람도 물건도 다시 애정을 주려고 해도)

궁금하면 해본다. 새로운 것이라면 해본다. 망할 것 같아도 일단 해본다. 하다못해 재미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난 것들이 모여 재미난 인생도 될 것이다.





쉰이 되고 예순이 되면 책들은 나에게 또 다른 말을 해줄지 모른다.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지난 모든 날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언제나 오늘의 나만큼만 산다. 어제를 고칠 수 있거나 내일을 내다볼 수 있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그 어떤 지혜도 그런 방법을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그러니 언제나 최선은 자신을 믿고 매 순간 가장 나다운 걸음걸이로 걷는 일일뿐.



다른 것, 낯선 것,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 오해받는 것, 그러나 그 속에 선명한 아름다움이 있으니 오늘을 살아도 괜찮다고 진부한 열 마디보다 값진 위로의 말을 남기며 어른도 이렇게 순수해질 수 있구나 하는 낭만이 깃든 책이었다.

할머니에 관한 그림책들을 소개하며 작가가 꿈꾸는 노인에 대한 단상을 나열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나는 마치 무료 운세를 봐준다는 배너를 발견한 듯 나의 미래가 궁금해져 머릿속 기억 저편을 클릭한다.

딸아이가 낳은 아이를 봐주며 치즈 빵을 굽고 하트 쿠키를 만들고 있다. 세상 가장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는 스스로 옥죄이며 다그쳤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차오르는 걸 반복하지만 내가 살고자 하는 목적의식이 뚜렷해 난 단순화된 삶을 이어가고 있다.


딸아이가 초등 1학년 때 생일선물로 구페아 화분을 안겨 주었다. 아홉 번 꽃이 피고 진다 하여 이름 붙여진 구페아는 여전히 보라꽃을 시도 때도 없이 흩뿌려 준다.

꼭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쁜 꽃도 있더라.

기습적인 반가움으로 나는 오늘도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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