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자주 하는 사람이 사 오는 여행 기념품

by 김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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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회사를 그만두면서 결심한 것.

한 달에 한 번씩 여행하자.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50대에 암이 발병했고, 이후로도 무릎이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며 오래 걷거나 서 있지 못했다. '무릎에 힘 있을 때 여행 다녀라!'라는 말은 어른들의 경험담이기도 하고, 아픈 엄마를 보면서 느낀 딸의 깨달음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엄마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다닐 수 있을 때, 더 즐길 수 있을 때 여러 곳으로 쏘다니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전 글에서 밝혔듯 마음은 전국을 누비고 있을지 언정 체력은 진짜 저질이다.


다닐 수 있을 때 다니고,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는 생각은 가족을 떠나보낸 뒤 더 간절해지기도 했다. 블로그 기자 일을 하면서 매일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매일 사람을 만나면서도 우리나라와 가까운 국외로 자주 다니려고 한다(비행기 오래 타는 건 잘 못하겠더라).


가끔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저 배낭 하나로 어떻게 해외여행을 하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TPO에 맞춰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지 않아도 이미 캐리어에 짐이 가득인데 말이다. 여행 갈 때 기념사진을 남기려고 예쁜 옷을 챙겨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 여행 가서 버리고 올 낡은 옷만 잔뜩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3박 4일 같은 옷을 입는, 남편 같은 사람도 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사진에 자신이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남들 안 가는 길을 일부러 찾아다닐 때도 있어서 옷을 예쁘게 입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어서 버리고 올 낡은 옷을 싸는 사람에서 사진 잘 나올 옷 한두 벌 챙기는 수준이 되긴 했다.


짐 싸는 스타일이 다른 만큼 또 다른 것이 여행 기념품일 것이다.

면세품, 옷, 화장품, 지역 특산품, 인형, 장난감, 먹을 것 등 관심도에 따라 여행지에서 사 오는 것도 다양하다. 나 홀로 첫 해외여행지인 일본에서는 옷을 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브랜드 할인행사가 있었고, 공원 플리마켓에서는 새 가방을 천 엔에 팔았다. 오래전 일이지만 생생하게 기억난다. 요즘은 면세점 쇼핑하는 사람이 많아져 물건을 수령하려고 기다리는 게 싫어서 면세 쇼핑은 하지 않는다. 명품은 큰 차이가 있겠지만, 소소하게 화장품 정도 산다면 백화점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더 할인받기 위해 장바구니를 채울 필요도 없다.


해외여행지에서 사 오는 건 마그넷이다. 일단 부피가 크지 않아 좋고, 냉장고에 붙여두면 수시로 보면서 추억을 회상할 수도 있다. 같은 여행지에 또 간다면 다른 사진(모양)의 마그넷을 선택하면 된다. 그다음은 먹을 거. 일본의 곤약젤리나 베트남의 커피 과자는 안 사 온 사람이 없겠지? 역시 곳간에 쟁여놓고 하나씩 꺼내먹으면서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있다. 일본에 가면 화장품류를 사 오지만, 워낙 민감성 피부라 남들이 좋다는 제품을 무턱대고 사 오진 않으니 비싼 샤X이나 디X도 나에게는 관심 밖이다.


국내 여행지에서는 전통시장을 주로 다니며 특산품을 보는 편이다. 요즘은 인터넷 쇼핑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굳이 이것저것 사들고 다닐 필요가 없긴 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라며 미련을 보이는 나를, 남편이 잘 커트해 준다. 시장에서 군것질 하나를 안 하는 사람이다. 어쨌든 그래서 국내 여행지에서도 대개 마그넷을 사 온다. 최근에는 군산에서 사 온 마그넷이 기억에 남는다. 군산 스탬프 투어를 하면 마그넷을 받을 수 있는데 이날 시간이 안 맞아서 일단 마그넷을 샀다가 다음 날 결국 스탬프 투어하고 다른 디자인의 마그넷을 받았다.


요즘은 많은 사람이 여행 기념품으로 마그넷을 선택하는 것 같다. 나는 찬성이다.

나는 마그넷을 선호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지인에게 나눠줄 먹거리부터 옷, 모자, 장식품까지 풀셋으로 구비할 수도 있지. 누구는 호캉스를 좋아하고, 누구는 문화역사여행을 좋아하듯 내 돈 내고 사는 기념품 정도는 내 마음대로 선택해도 되지 않을까? 내가 행복하면 그게 최고다!

무릎에 힘 있을 때 여행 많이 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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