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이 113일 남았다면, 무얼 하시겠습니까?

by 김양현

인천 서쪽에 자리 잡았으면서 이름은 '동구'라니, 알쏭달쏭 신기하다. 하지만, 이 익숙한 이름의 수명도 이제 고작 110여 일 남짓 남았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구나!

인천은 행정구역 개편을 시행하여 2026년 7월 1일부터 현재 2군 8구가 2군 9구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중구'와 '동구', '서구'는 그 이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요즘은 자치구의 이름을 지을 때 단순히 방위를 따르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그 이름에 나타내는 추세라고 한다. 사실 동구는 지도에서 보면 인천의 서쪽에 자리하지만, 조선 말과 일제강점기에는 인천의 중심이었던 개항장(인천항)을 중심으로 동쪽에 자리했기 때문에 '동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지금은 간척사업을 통해 지형이 예전과 달라져 '동쪽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동구를 잘 모르는 분을 위해소개하자면, 동구의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드라마 '도깨비'에 나왔던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노란서점(한미서점)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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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와 중구는 인천항 개항 이후 외국인과 노동자들이 모여들며 형성된 인천의 뿌리, 즉 원도심이다. 개항장의 청일조계지와 외국인 사택 유적이 남아 있는 중구가 외국인 거주 공간이었다면, 좁은 골목과 달동네로 대변되는 동구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터전이었다. 지금은 북성포구, 화수부두를 중심으로 공장 지대와 항만시설이 공존해 대한민국 산업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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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참여한 '동구 스탬프 투어'는 왠지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더 많은 것을 눈에 담고 싶었다. 인천 동구에는 유난히 성냥공장이 많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을 비롯해 이전에 가보았던 곳도 다시금 찬찬히 둘러보았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도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다니 다녀와야겠다.


교통이 편하고 도로가 넓은 신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좁은 골목을 탐험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발견하는 도시기록자가 있다. 나는 후자라고 나를 소개하고 싶고, 그런 의미에서 동구는 참 재미난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비록 이름은 바뀌겠지만, 개명을 한다고 새겨진 역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동구가 중구와 화합하여 인천 원도심의 가치를 지키고 미래로 나아가는 '제물포구'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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