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만땅 받았을 때 땡기는 음식... 새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떡볶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기분이 안 좋을 때 매운 음식을 먹는 것 같다. 뭐 그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된다지만, 아무튼 매운 음식을 참 좋아하는 민족이다.
여성호르몬 때문인지 한 달에 한 번은 떡볶이를 먹는다. 그래서 남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인 줄 안다. 또한, 떡볶이를 먹으면 그날이 가까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평생 먹던 떡볶이가 요즘은 별로다. 요즘은 떡볶이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몸이 참 텁텁하다. 이것도 여성호르몬 때문인가?
호기심이 많은, 음식에도 그러한, 나는 다양하고 새로운 음식 맛보는 것을 좋아하고, 떡볶이도 단골보다는 새로운 것을 계속 도전하는 편이다. 이 식성은 변함없으나, 한때 2인분도 꿀꺽했던 식성이 이제는 떡볶이 몇 개면 그만인 것으로 바뀌었다.
나이가 들면 먹는 양은 물론,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도 줄어든다. 입에서는 맛있지만 체질적으로 잘 맞지 않는 돼지고기도 몇 점이면 끝이고, 먹고 나면 항상 머리가 아프고 토사곽란을 겪는 굴은 이제 먹지 않는다. 그 해에만 그런가 싶어 몇 번 시도해 봐도 결과는 항상 같았다. 음식이 잘못됐나 싶기도 했지만, 똑같이 먹은 남편은 멀쩡했다.
어릴 적 햄, 소시지만 먹던 사람도 어느 날 나물이 맛있다는 걸 알게 된다. 입맛이 변했다고들 한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햄, 소시지는 별로고, 밥상에 나물이 오르길 바란다. 나이 들었음을 슬퍼하지 말고 적응할 때인 것이다. 우리 부부는 햇반 하나 분량인 잡곡밥 200g을 나누어 먹는다. 젊을 때 밥을 두세 공기씩 먹던 남편이 어느 날부터 배가 부르다면서 먹는 양을 팍 줄였다.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건강검진 결과로는 살이 빠지면서 더 건강해졌다고 한다.
이제는 나의 소울푸드를 바꿔야 할 때인 것 같다.
가끔 맛과 향이 맴돌아서 떡볶이를 먹지만, 먹고 나면 몸이 무거워져 항상 후회하기 때문이다. 떡볶이는 나의 영혼을 위로하는 음식이 아니라 기분까지 찌뿌둥하게 만드는 음식이 되었다. 입맛이 변했다면 질척거리지 말고 과감히 변화를 시도하라. 굳이 7첩 반상이 아니어도 괜찮다. 새로운 나의 소울푸드를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은 꽤나 즐거울 것 같다. 인생 후반전도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