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카카오임팩트 Mar 25. 2021

솔루션 권하는 사회

프롤로그 | 연구를 시작하는 질문과 이 보고서를 읽는 방법


문제를 정의하는 목적은 더 좋은 솔루션을 찾는 것입니다. 그래서 솔루션과 문제정의는 긴밀하게 연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긴밀한 연관이란 무엇일까요? 


문제정의와 솔루션은 계속 '역동'의 관계가 있어야 해요.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역동'의 관계.

- 김동훈(라이프라인코리아)


보통 우리의 일은 기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일로 그 단계가 나뉘곤 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게 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하는 방식이 최선인지 점점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이 진행되는 도중에 새롭고 파괴적인 변수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크고 빨라졌어요. 변수가 많아져서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에 대응하는 방식의 한계가 커지고 있어요.

- 서현선(진저티프로젝트)


변수가 많아지는 환경 외에 또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들의 다양화입니다. 비영리조직, 사회적 경제조직, 소셜벤처, 영리 기업 그리고 개인들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양한 주체의 등장은 기존에 활동하던 주체들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개인이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고 있습니다. 기존에 조직된 목소리를 통해 사회변화에 기여했던 비영리조직의 역할에 변화가 필요합니다. 개인이 느낀 문제를 다른 사람이 느끼면 사회문제가 됩니다. 문제를 느끼는 사람과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 그룹으로 형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에 대한 고려나 선행된 문제 해결 과정의 리뷰 등은 개인들이 당장 하기엔 어려운 과정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지원해주고 촉진하는 것이 비영리조직의 역할입니다. 개인들이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고 이를 순환시키는 것 말입니다.

- 손정혁(전주시사회혁신센터)


지금은 모든 사람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입니다. 사회 문제들이 점점 더 복잡하고 광범위하고 모호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당사자들이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모두가 해결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 서현선(진저티프로젝트)


이런 환경변화는 문제 해결을 위해 자원을 배분하던 철학과 방법의 변화도 요구합니다. 목표를 미리 정하고, 이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계획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활동을 하는 기존의 형식은 어느 순간 목표를 실적으로 바꿔버리곤 했습니다. 


이렇게 되는 순간,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정보와 변수는 위험요소로 간주되어 버립니다. 이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기회가 사라져 버립니다.


문서로 좋은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하면, 대개 그 예측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때로는 문제에 접근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하죠. 일단 계획을 세우면 다른 게 잘 안 보이니까요. 그래서 보통의 재단이나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프로젝트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 년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이대로 수행하면 잘했다고 하는 패턴 말이에요. 

문제 해결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 같아요. 첫 번째 계단 위로 울라 가면 밑에서 보이지 않던 많은 정보와 흐름들이 보여요. 두 번째, 세 번째 계단에 올라가면 더 많은 것들이 달라지죠. 이런 새로운 가능성들이 추가될 수 있고 그런 역동이 가능하게 프로젝트가 발주가 되어야 해요. 물론 이런 변화는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겠죠.

- 조아신(지리산이음)


문제정의에 대한 욕구는 이러한 변화들 속에서 등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잘된 문제정의는 문제 해결을 하려는 자신에 대한 확신,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하는 동료들과의 소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공감, 솔루션의 방법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솔루션 중심으로 생각하고 일하며 놓쳐왔던 것들을 되돌아본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상황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고 싶어... 이런 문제의식이나 비전을 세우면 해보고 싶은 게 있을 거예요. 이걸 해보고 배우고, 해보고 배우는 과정을 반복하면 점점 솔루션을 찾아갈 수 있어요. 실험하고 피드백을 받고, 실험하고 피드백을 받는 거죠. 이 과정이 역량이나 태도를 만들어요.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실패가 필요한데, 그런 적응력을 가진 사람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전문성이 생기죠.

- 권오현(사회적협동조합 빠띠/코드포코리아)





문제정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며, 연구진은 몇 개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들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문제정의에서 '나'란 주관성에 불과한 것뿐일까?

문제는 변화하는데, 변화하는 문제를 정의한다는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문제를 정의하는 것과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에서 정의를 분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문제정의에 대해 고민하던 우리는, 현장에서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대화 속에는 문제정의에 대한 다양한 흔적이 담겨 있었습니다. 문제정의에 대한 감각, 문제정의를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되거나 비유되는 현상과 이미지들, 문제를 정의했던 경험 속에서 꺼낸 자신만의 언어, 그리고 문제 해결의 경험에서 재정립된 문제에 대한 인식 등. 연구진은 이런 흔적들 속에서 문제정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발견하려고 애썼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우리의 연구는 종이 위에 잉크를 뿌리는 것처럼 어떤 점들을 중심으로 번져갔습니다. 우리는 그 점들을 찾아 태그라고 불렀습니다. 태그는 문제정의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요소들을 연결하는 선들이 ‘질문’의 형태로 출현하면서 질문과 답, 성찰과 의문, 그리고 용기와 실험이라는 피드백의 고리(루프)들이 나타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이 보고서의 형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보고서는 기존의 연구들이 가진, 벽돌을 견고하게 쌓아 올리는 것과 같은 구성적인 강점을 버렸습니다. 대신 여러 개의 독립적인 방이 독자의 의지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건축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문제정의에 대한 새로운 구조물이 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각의 방을 연결하는 설계도는 독자가 가진 질문 안에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독자가 가진 질문과의 마주침 속에서만 살아있습니다. 이것이 이 보고서의 태도입니다.


따라서 이 보고서 읽기에 참여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을 따라 읽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보고서는 엄밀하게 읽는 순서를 상상하고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론-본론-결론이나 기승전결과 같은 안정감을 느끼기엔 힘들 수 있습니다. 무작정 어느 페이지를 펼쳐서 읽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만약 문제정의를 하던 중 어떤 답답한 마음이 들어 잠시 산책하는 마음으로 열어본다면, 그럴싸한 단어나 문장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문장은 어렵고, 어떤 문장은 쉽습니다. 보고서에 있는 해시태그들의 지시적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 앞과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을 독자의 상상을 통해 다시 연결하거나 재배열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이 보고서는 많은 분들의 인터뷰와 리뷰 참여로 완성되었습니다. 연구에 도움을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권오현(사회적협동조합 빠띠/코드포코리아), 김동훈(라이프라인코리아), 김미영(서울시 NPO지원센터), 김성원(Play AT 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 김정태(MYSC), 김희정(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도현명(임팩트스퀘어), 서현선(진저티프로젝트), 손정혁(전주시사회혁신센터), 안연정(전 청년허브), 정경훈(오늘의 행동), 정상민(영네트워크), 제현주(옐로우독), 노명철(카카오엔터프라이즈), 조아신(지리산이음), 한상엽(소풍벤처스), 허담(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황석연(행정안전부), 류형규(카카오), 그리고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신 368명 


이 보고서는 소셜 섹터에서 문제정의를 생각해본 여러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 감각이 상호작용하며 창출한 결과 중 하나입니다. 스스로를 해킹할 수 있도록 연구와 공론의 장을 열어준 카카오임팩트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해킹에 참여해준, 우리 생태계의 동료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떤 시작』 연구진이 드립니다.




『어떤 시작』pdf로 전체 글 다운받기 ➡️ Click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어떤 시작-소셜섹터문제정의현황연구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