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사람이 아니라구
SNS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참 많다. 일단 난 숨바꼭질형 인간이다. 계정을 만들고 별 다른 게시물을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SNS의 본질은 행복한+게시글을+빠르고+자주 올리는 게 특징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적극 팔로우하고 들여다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와 태생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SNS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당장 할 수 없는 일들을 간접 경험하기 위해서다. 부끄럽고 찌질하지만 솔직히 그렇다. 성공한 사업가는 하루를 어떻게 살까. 그 일상은 내가 당장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구름이 닿는 높이의 고급 식당에서 예쁘고 조그마한 음식들을 입에 넣는 호사스러움도 마찬가지. 직접 그 식당에 방문하기 위해선 세 달치 월급을 당겨야 그나마 맘 편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뿐인가, 그들이 기꺼이 소비해주는 덕분에 명품 신상 잡화를 마치 내가 사본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쓰다 보니 '아 정말 왜 그러고 사세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자꾸 "나는 왜 이렇게 살까"라는 자괴감이 몰아친다는 것. 예를 들면, 김치찌개에 밥 말아먹으면서 SNS에 뜬 오마카세 스시집을 탐하게 된다. 충분히 좋은 옷을 입었지만, 나도 명품 신상 가디건 한번 입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선 가난한 계좌를 굳이 들여다보면서 한숨만 푹 내쉬게 된다.
아니, 충분히 잘 먹고 잘 사는 데 욕심만 늘어나는 건 정말 심각한 부작용이다.
더욱 문제인 건 내 삶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저 사람은 성공했는데, 저 사람은 잘 사는 데, 쟤는 예쁜데.... 조막만 한 내 자신감과 하루하루 지탱하고 있는 내 삶의 근간을 스스로 자비 없이 깎아내리는 것이다. 이 나이에 SNS 들여다보고 부러워하는 나는 정말 인생이 잘못된 것 아닌가.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급기야 성형하지 않으면 관심 한 번 못 받는 것 아닐까 라는 망상까지 뇌를 비집고 들어온다.
"캬 인생 한 번 어렵구만"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침대 위에 던져버리고 천장 위를 올려다본다. 푹신한 이불. 따뜻한 집. 징징대면 바로 '무슨 일이야'하고 물어주는 소중한 관계들. 모자란 나를 기꺼히(?) 품어준 고마운 직장까지. 더 바라면 욕심인 줄 알면서도 참 그놈의 SNS만 들여다보면 이 모든 것은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게 너무 아이러니하다.
그래 나는 저 사람들과 '다른' 인생이지 '틀린'건 아니니까. 부러워할 순 있지만 굳이 내 모든 걸 부정하지는 말자. 부럽다면 나도 직접 경험해볼 수 있겠지. 그리고 좋은 건 따라 해 볼 수도 있고, 그 속에서 나도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겠지. 적당한 욕심을 부려보자. 그러다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자랑스러운,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