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심사를 통과한 단편소설 공모전에 최종 탈락했다. 공모한 총 작품 수가 얼마인지는 모르나, 전 회차에 공모된 총 작품수를 통해 유추해 보면 1차 심사에서 상위 약 10~15%를 가려내고 최종 심사에서는 다시 그중에서 상위 약 30% 안에 들어야 당선될만한 수준인 것 같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1차 심사 없이 바로 최종심사에서 탈락한 공모전이 한두 개가 아니고, 거기서 탈락했을 때에는 이만큼 실망한 적이 없었다. 나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격언을 높이 사고 있기 때문에 애초에 별 기대를 안 하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직 합격할 만큼의 역량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그런데 1차 심사를 통과하니 이번에는 혹시? 하는 마음에 기대감을 가졌던 모양이다. 어차피 최종적으로 탈락한 것은 다른 공모전과 마찬가지인데 겉으로 내색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실망감이 제법 크다. 이럴 줄 알았으면 1차 심사 결과를 보지 말 걸 하는 되지도 않는 후회도 잠시 해본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긍정적인 사실을 시사하기도 한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글에 대한 열망이, 공모전에 입상해 정식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몇 배로 커졌다는 것이다. 실망이 크다는 것은 기대가 크다는 것이고, 기대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실망해서는 안 된다. 실망이라는 감정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실망이라는 감정에 젖어 있을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아직도 작품을 제출해야 할 공모전은 많기 때문이다.
결과는 추구하는 게 아니라 따라오는 거라는 말을 나는 좋아한다. 백 번 옳은 말이다. 다시 감정을 추스르고 글쓰기에 매진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