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많은 이들은 환상을 믿는다.
가령, 산타가 존재한다든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실존한다든가, 하늘을 나는 코끼리를 타려 한다든가.
하지만 언젠가 이 환상이 깨지는 날이 찾아온다. 그것을 꼭 비극이라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순수했던 마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슬픔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문제는 환상이 깨지던 날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렇다. 환상은 내가 능동적으로 깨는 게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동적으로 깨진다.
이를 깨달았을 때는 환상이 이미 마음속으로부터 저 멀리 사라져 버린 뒤라는 사실은 쓸쓸하다. 그래서 되돌릴 수 없을 줄 알지만, 순수했던 마음을 다시는 찾을 수 없음을 알지만, 그때의 마음이 덧없이 그립다.
돌이켜 보면, 너를 향한 마음도 그랬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따스한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환상과 같은 마음.
환상은 깨졌다. 그것을 꼭 비극이라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순수했던 마음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슬픔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그 환상은 내가 깬 게 아니라 깨어졌다는 거다.
그때의 마음이 이미 사라졌기에 나는 쓸쓸하다. 되돌릴 수 없을 줄 알지만, 다시는 순수했던 마음을 찾을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그때의 마음이 덧없이 그립다.
그때의 내가 그립다. 그때의 너도 그립다. 오늘밤 나는 네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