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란 변할 수 있는 걸까요?
제가 내린 답은
<0%라고 장담하기는 어렵겠으나, 변할 확률은 매우 낮다>
는 겁니다.
이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MBTI란 무엇일까?
일단, MBTI가 <선호지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테면 T성향을 선호하고 F성향을 덜 선호해서 T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일 뿐,
T라고 해서 F성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F처럼 행동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2. MBTI가 변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1) <공인된 검사>와 <공인된 전문가>의 상담 결과 MBTI가 변했다.
2) 늘 하던 MBTI 검사를 했는데 전과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3) 요즘 내 생각과 감정, 행동을 떠올려 보니 전과 다른 MBTI로 변한 것 같다.
1)에 해당하시는 분은 자신의 MBTI가 변했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2), 3)에 해당하시는 분은 MBTI가 변했다고 함부로 판단해서는 곤란합니다.
3. 왜죠? 몇 번 검사해 봐도 분명히 MBTI가 변한 걸로 나오는데?
MBTI가 변한 게 아니라, MBTI검사결과가 변한 겁니다.
- 예시 문항) 나는 절차에 따라 행동한다.
이 문항에 대해, 누군가 1년 전 백수였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체크했다가,
현재는 절차에 따르는 일이 많은 직업을 갖게 되어 그렇다고 체크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전보다 J에 가까워질 겁니다.
1년 전 검사결과가 ’P와 J의 경계에 가까운 P‘였던 사람은
이것만으로 검사결과가 ’J‘로 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에 대한 올바른 해석은 <P에서 J로 변했다>가 아니라,
<직업 등의 환경요인, 일시적 외부상황에 의해 강제된 행동은
배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잘못 체크했다>입니다.
그래서 사람 자체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음에도
직업을 가지면 갑자기 J가 높아지고, 백수가 되면 다시 P가 높아지는
괴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4. 그럼, 어떻게 검사해야 하나요?
간단합니다.
<나는 무엇을 선호하는 사람인가?> 를 고려해 문항에 체크하시면 됩니다.
즉, 예시의 문항은 <나는 절차에 따라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가?>가 아니라,
<나는 절차에 따라 행동하는 걸 선호하는가?>로 해석해야 합니다.
서두에 MBTI가 선호지표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던 이유입니다.
즉, MBTI검사가 말해주는 건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 사람인가?>라는 겁니다.
5. 하지만, 정말로 선호하는 게 변했는데요?
가령, 절차에 따르는 걸 선호하지 않았었는데,
직업적 특성 때문에 절차에 따르다가,
정말로 절차에 따르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정말로 선호하는 게 <변한> 것이 맞는지,
혹시 선호하는 걸 <찾은>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 보실 필요는 있을 겁니다.
6. 환경요인을 아무리 배제해도 변한 걸로 나오는데요?
선호도가 완전히 확립된 게 맞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나이가 적을수록, 다시 말해 삶의 경험이 적을수록
확립되지 않을 가능성은 높겠으나,
꼭 미성년자라고 확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고,
성인이라고 무조건 확립되는 것도 아닙니다.
확립되기 전후의 검사결과는 충분히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립된 후의 검사결과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