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출신의 14년 차 회사원인 나는 먹고사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당시 2만 원쯤 하던 급식비도 몇 주 동안 내지 못해
같은 반 친구들 앞에서 수치스러워 숨고 싶었던 기억이 있는 인간으로서,
또 그게 아니더라도 먹고사는 행위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똑같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주제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감히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글과 현실.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계속 글쓰기에 매진하라고 근거 없이 용기를 주기도,
글쓰기 따위는 집어치우고 좋은 일자리나 알아보라고 매몰차게 말하기도,
둘 다 선뜻 입 밖으로 꺼내기 망설여진다.
그래서 내 생각에, <글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필요할지언정 본질적이지는 않다.
보다 본질적인 의문은 <얼마나 글을 원하고 좋아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글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도구로 글을 활용하려는 태도보다는,
글에 매진하면 문제의 해결은 절로 뒤따라올 거라는 태도가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글은 쓰고 싶은 사람이 쓰는 게 아니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 쓰는 것>
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