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갈림길에 설 때

by 이다

나는 인적사항 따위에 그려진 직업란을 채워야 할 때면 아무 망설임 없이 ‘회사원’이라고 쓴다. 그러니까 내게 있어 ‘회사원’은 현실이고, ‘작가’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꿈이다. 마지막 문장을 ‘꿈에 불과하다’고 쓰려다가 스스로가 비참해지는 것 같아 쓰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던 어느 날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자 회의자료를 만들다가도 글감이 떠올랐고, 떠오르는 글감은 꼭 기록해야 했으며, 기록하다 보면 당장에라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사실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일에 집중이 잘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몇 달간 부지런히 글을 썼을 때쯤 회사에서의 커리어는 나처럼 둔한 인간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이직을 해 온 지금 직장에서는 반대다. 여러 가지 상황이 겹쳐 열심히 일해야 했고, 열심히 일했으며, 당분간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 짧은 지면을 통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잡음이 있긴 했지만 직장에서의 위치는 탄탄해졌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글이 완성되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몇 개의 공모전을 벌써 놓쳤다. 물론 그 와중에도 내가 좀 더 노력했다면 글쓰기에서도 성과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분명 있었다.


그러니까, 아이러니하게도 꿈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고 느낄 때 현실은 엉망이 되어갔고, 반대로 현실에 충실할 때는 꿈을 향해 걸어갈 여유가 없었다. 사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누구나 주어진 시간은 같고, 쓸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건 이상론에 불과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현실과 꿈 사이 어디에선가 타협하는 것에 그친다.


그러면 도대체 어떤 토끼를 좇아야 할까?


타인으로부터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누가 뭐래도 거진 15년 가까이 수행했던 활동이다 보니 역량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으면 기쁘다. 하지만 이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감정에 불과하다. 그저 사람이다 보니 좋은 평가에 마음이 들뜨는 정도일 뿐 결코 가슴에 담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을 잘 쓴다는 소리는 다르다.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가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진심 어린 칭찬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스스로가 대견해 흐뭇하다. 어쩔 줄 몰라 표정관리가 안 된다. 썼던 글을 곱씹어보며 다시 웃는다. 또, 그 와중에도 더 좋은 글을 쓸 수는 없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비로소 내가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 깨닫는다.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 설 때, 내 심장에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된다. 이 느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슴이 외치는 소리를 무수히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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