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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12. 2021

기억의 책갈피

살아가는 것을 책을 써 내려가는 것에 비유해 본다면,


유독 잊히지 않는 기억의 페이지에는 분명 책갈피가 꽂혀 있을 거다.


그렇게 그 책갈피에는 저마다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는 이유가 담겨 있는데,


그것은 지나간 선택에 대한 후회일지도,


정리되지 않고 마음  구석에 남아 있는 미련일지도,


돌아오지 않는, 하지만 돌아가고 싶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그중에는 오래도록, 또는 평생토록 간직하고 싶은 페이지가 있는가 하면,


잊어버리고 싶은, 찢어 버리고 싶은 페이지도 분명 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최소한 책갈피라도 빼버리고 싶다.


물론 정말 외면하고 싶다면, 들추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꽂혀 있는 책갈피의 존재가, 그곳을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들춰보게 만든다.


그렇기에 생각을 바꿔 그때의 나날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과거를 외면하지 말고 그때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면,


 페이지는 어느 순간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아직도 그 기억들에 책갈피가 꽂혀 있는 건,


결국 그것이 책의 일부이자 삶의 일부이고,


나아가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하는지


 방향을 알려주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만들었고,  만들어나갈 거라는  지나친 비약일까?


언젠가 시간이 지나 찢고 싶던 페이지의 색이 조금씩 바래지고,


잊고 싶던 기억이 더 나은 방향을 알려주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다시 써 내려가는 삶 속에서, 그제서야 책갈피가 꽂혀 있던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어떤 과거에도 조금은 미소 지을  있음을 깨닫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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