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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Dec 27. 2020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잊기 힘든 이유

당신의 흑역사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자, 이제부터 잊고 싶은 기억을 당신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십시오.


 십중팔구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히려 그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할 겁니다. 아, 도대체 내가 왜 그랬을까... 일단, 잊고 싶었던 기억을 함부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에 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잊고 싶은 기억' 당신이 아직 그것을 잊지 못했다는 뜻을 자체적으로 내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잊으려 노력해봐도  잊혀지지 않는 이유대체 뭘까요? 간단합니다.  기억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억이기 때문입니다.


 유년시절부터 당신은 수많은 순간들을 경험하며 살아왔고, 그 중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을 하고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유독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생각과 감정이 느껴졌던 순간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특별한'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만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특별히 기분 나빴던 순간, 특별히 죄책감을 느꼈던 순간, 특별히 후회되는 순간... 이렇게 특별히  좋았던 기억들 또한 계속 기억에 남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대개 '흑역사' 칭합니다.


 어떻게 하면 흑역사를 잊을 수 있을까요? 혹시 역으로 생각해 보면 그 해답이 떠오르지는 않을까요?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했을 때, 왜 우리는 다른 순간들은 기억을 못 할까요? 그 이유는 자신에게나,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뻔한 순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해답의 실마리가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흑역사는 있습니다.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수보다 훨씬 많이 존재할 겁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바로 당신의 그것이 쉽게 잊혀졌던 다른 기억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특별하게 생각할수록 그 기억은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그저 과거의 일로 잊혀지길 원한다면, 그 기억에 대해 가지고 있던 특별한 생각과 느낌을 바꿀 필요가 있는 겁니다.


 흑역사는 몇 번이고 더 생각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럴 때마다 이 기억이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하세요. 기억이 나는 빈도는 줄어가고, 다음에 기억이 날 때에는 더 빨리 떨쳐버릴 수 있게 될 겁니다. 좋지 않은 기억에 자신을 가둬 두지 마세요. 기억의 사진관은 좋았던 기억만을 전시하기에도 공간이 부족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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