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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1. 2021

몸에 좋은 건 왜 맛이 없을까?

반항심리가 감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가설

 주변에서 몸에 좋다며 권유하는 음식들은 대개 맛이 없다. 설령 맛이 좀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먹을만한 수준인 거지, 정말 좋아하는 음식과 맛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참는 행위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자극과 쾌락을 거부하는 삶을 사는 부처님 같은 사람이 아닌 한,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더 많이 원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을 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 건강에도 좋은 경우는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 또한 나와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혹시 일종의 반항심리 때문은 아닐까? 맛있는 음식도 아닌데 먹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주변에서도 몸에 좋다며 권하기 때문에 더더욱 싫어지는 건 아닐까? 어머니께서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하면 더 공부하기가 싫어졌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다. 반항심리는 청소년기에 심해진다고 알려져 있긴 하지만, 성인이라고 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설이긴 하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이해는 가는 이야기다.


 이 가설이 옳다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이 유독 재밌게 느껴지는 것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금지된 것에 대한 도전이 흥미를 유발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 외에도 누군가 말리면 더 하고 싶어지는 반항심리와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가서 몰래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던 친구들의 말을 들어 보면, 커서는 그때의 맛과 느낌이 나지는 않더란다. 물론 추억 보정효과도 있겠지만, 누군가 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더 재밌고, 맛있었을 가능성도 분명 있다.


 두뇌가 감각을 인지하는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사람이 세운 가설이라 다소 비약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가설의 옳고 그름과는 별개로 심리상태가 감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일리가 있어 보인다. 누군가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삼시 세 끼로 강요한다면 같은 음식이 반복되어서 질려 버리기 때문에 맛이 없어지는 부분이 크겠지만, 반면 반항심리 때문에 맛이 없어지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지 않을까? 심리와 감각에 관한, 근거는 없지만 흥미로운 가설이 언젠가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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