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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an 04. 2021

걱정 말아요 그대

낙관론자가 말하는 쓸모없는 걱정을 없애는 알고리즘

걱정은 인생에서 필수 불가결하면서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걱정이 너무 적다면 미래에 대한 준비가 소홀해질 것이고, 걱정이 너무 많다면 비효율적이고 불안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은 얼마큼 필요할까? 이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최소한의 걱정만이 필요하다고 믿는 낙관론자에게는 그에 맞는 알고리즘이 있다.


가령 현재 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이직하려는 회사의 면접이 임박했다고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이 들텐데, 떠올릴만한 걱정들에는 뭐가 있을까?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면접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모르게 면접을 보러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이직 준비 중이라는 것을 누군가 눈치채면 어떡하지? 복장은 어떻게 입고 갈까? 합격하면 정말 이직해야 할까? 면접관이 무슨 질문을 할까?...


이러한 걱정을 최소화하려면 걱정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떠오른 걱정을 빨리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 떨어지지 않도록 아래 사항들을 준비하고, 혹시나 떨어질 상황에 대비해 계속 이직 준비를 한다.

면접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면접 잘 보는 요령과 회사에 대한 데이터 등을 준비해 연습을 반복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모르게 면접을 보러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 연차를 내야 한다고 하면, 누군가 연차의 사유를 물어볼 때 필요한 답변을 준비해 놓는다.

내가 이직 준비 중이라는 것을 누군가 눈치채면 어떡하지? → 평소에 조심하고 있다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고, 누군가 알게 됐다는 사실이 문제로 드러나지 않는 한 문제가 안 된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복장은 어떻게 입고 갈까? → 잘 모른다면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면접복장을 찾아보고 정해 둔다.

합격하면 정말 이직해야 할까? → 합격한 뒤에 생각한다.

면접관이 무슨 질문을 할까? → 본인이 생각하는 예상답변서를 준비해 본다. 잘 생각이 나지 않을 경우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는다.



걱정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 별 것 아닌 걱정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별 것 아니라는 의미는 그 걱정에 대해 대비하기가 쉽다는 뜻이 아니라, 대비책을 생각해내는 것 자체는 쉽다는 의미다. 사실 걱정이 필요 이상으로 크고 많은 이유는 걱정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걱정을 더 이상 만들어 내지 말고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걱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대비책이 없는 걱정이다. 대비책이 없으므로 나아질 요소가 없고, 따라서 걱정을 하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가장 쓸모없는 걱정이므로 빨리 잊어버릴수록 좋을 것이다. 둘째, 대비책을 알고 있는 걱정이다. 알고 있으므로 간단하게 대비책을 실행하고 첫째와 마찬가지로 잊어버리면 된다. 셋째, 대비책을 모르는 걱정이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진정 의미가 있는 걱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첫째, 둘째와 같은 걱정을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매우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 역시 짚고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이 경우는 대비책을 생각해 봐야 하는데, 금방 생각이 난다면 둘째의 경우가 되고,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첫째의 경우가 될 것이다. 여기서 대비책을 좀 더 생각해 볼지, 걱정 자체를 잊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중요한 건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면 계속 대비책을 생각할 시간에 다른 대비책을 실행하는 것이 낫다는 거다. 다른 대비책의 실행이 끝나면 대비책을 계속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낙관론자에 가까운 나로써는 이렇게 걱정에 대해 접근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심히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 방법이 실제로 걱정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생각 역시 인정하고 싶다. 아마도 이렇게 걱정을 정리하고 생각하다 보면 예상보다 쓸모없는 걱정이 정말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걱정보다는 대비책을 실행하라. 걱정되는 일을 마주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력이지 걱정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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