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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13. 2021

결혼은 돈문제가 없어도 지독한 현실이다

결혼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잘 생각해, 결혼은 현실이야.”


아마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듯한 이 말은, 가만히 생각해보면 조금은 이상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결혼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현실이니까요.


물론 괜히 나온 말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결혼이 자신을, 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때로는 상대방을, 극적이며 드라마틱하게 바꿔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에게 쓰이는 말일 겁니다.


아시다시피 실상은 반대죠. 오히려 결혼은 계약관계에 도장 찍은 둘 모두를 지독한 현실 속으로 끌어당기고, 책임감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 놓습니다.


심지어, 돈문제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한 뒤에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알면서도, '그래도 결혼만 한다면' 나아지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는 경우가 있는 모양입니다. 분명 그렇게 나아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막연한 기대는 당연히 위험을 동반할 겁니다.


저는 고민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지만, 결혼만큼은 아무리 신중하게 고민해도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결혼이란, 그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하지만 결국엔 자신과는 다른 타인과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조금은 위험한 약속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는 만큼 결혼의 결과 역시 예상을 벗어나기 십상이기에, 오랜 기간 연애를 했든, 동거를 했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건 중요합니다. 결국 결혼이 만들어내는 문제는, 대부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니까요.


훨씬 더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알고 지낸 가족들과도 갈등이 생기는 마당에, 정말 길어야 십수 년, 짧으면 몇 년도 안 되는 시간만을 알고 지낸 사람과의 미래에는 분명히 갈등을 마주하게 될 거란 각오, 그리고 그럼에도 그 갈등을 극복할 거라는 각오가 모두 필요하겠죠.


물론 모든 결혼이 불행을 가져온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막연히 좋아질 거라 기대하는, 깊은 고민 없는 신중하지 못 한 결혼은 불행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고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 그랬다는군요. 결혼이란 혼자 살았으면 있지도 않았을 문제들을 둘이서 함께 고민하려는 시도라고요. 공감이 갑니다.


그러므로 결혼이란, 그런 문제들을 감당하면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할 수 있는 계약이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조금 더 신중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그렇게 감당하며 함께 해야 하는 기간이 죽을 때까지라는 사실도 잊지 말고 함께 고려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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