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중요한 기억은 어떤 기억일까?
기억은 과거의 모든 순간에 존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드문드문 특별하다 느꼈던 날들에 편중되어 있다. 일주일 전 집에서 저녁으로 먹었던 반찬은 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연인과의 기념일에 어디에 갔었는지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는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 동안 남기도 하는 것처럼.
그래서 누군가에 대한 강렬했던 기억은 때로 그 순간의 감정뿐 아니라 인생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스쳐 지나가지 않고 계속 자신을 흔들기도 한다. 심하면, 특별했던 하루의 기억이 특별하지 않았던 날들의 기억을 대신하여 마치 모든 날의 기억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꼭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그 기억이 정말로 많은 걸 함축하고 있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숨겨왔던 본모습이 한순간 드러난 순간이었을 수도, 잊지 못할 깨달음과 믿음을 주던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을 바탕으로 한 생각과 느낌들이 정말로 그 사람에 대한 질문의 정답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특별한 기억이 정말로 뇌리에 박힐 만큼 중요했었는지, 사실은 조금은 왜곡된 한 순간의 이미지는 아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힘들었던 순간에 다가와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연인에 대한 기억이, 이제는 고통스러움을 잘 알면서도 이별을 하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또는, 한순간의 사소한 실수가 뇌리에 남아 소중한 마음을 미처 돌아보지 못한 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택하게 한 건 아닐까?
결국 특별한 날의 기억은 수많은 특별하지 않았던 날들의 기억을 지배할 수 있다. 그렇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은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들보다 얼마나 중요했던 걸까? 떠올리지 못하는데 그 중요함의 비중을 제대로 알 수 있기는 한 걸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판단할 때, 어떤 기억이 더 중요한 걸까?
어쩌면 정말로 중요한 기억은 특별한 날이 아닌 특별하지 않던 날들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뭐가 더 중요한지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쉽게 기억나지 않는 기억의 나날들을 어렴풋이라도 떠올려본다면 그 답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