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있어야만 아름다운 건 아니다. 하지만 끝이 있다는,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이 때로는 그 대상을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봄이 찾아오면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인파를 제치고서라도 벚꽃을 보러 가는 이유는, 그것이 곧 질 것을 알기에, 그 사실이 벚꽃을 더 아름답게 느끼게 하기 때문은 아닐까?
일 년 내내 눈이 쌓여 있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눈이 덮여 있는 벌판조차 특별하다 여기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녹아 없어질 것임을 아는 사람에겐 그 광경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은, 때로 부정하고 싶을지라도 언젠가 죽음이 만남의 끝을 가져오리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슬픔에 가슴이 미어져도, 그렇게 슬퍼할 시간에 조금의 사랑이라도 더 나누려 애써본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결국 모든 관계의 끝은 이별 아니면 죽음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이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그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를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그리하여 삶은 아름답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더욱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