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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17. 2021

마음의 가설과 입증

내 마음은 어떨까?

어떠한 생각의 가설이 실존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논리적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것으로 가설은 입증되고 올바른 하나의 생각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마음의 가설은 어떠한가?


‘나는 너를 좋아한다.’(가설)


이 가설의 타당성 검증을 위해서 수집할 수 있는 근거란 애매하고, 조잡하며, 아무리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도 결국은 주관적 추측에 머문다.


근거로 쓰일 수 있는 말과 행동들은 뒷받침하는 데에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근거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검증작업에도 마찬가지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작업을 끝낸 뒤에 내릴 수 있는 결론 역시 마음먹기 나름이다.


‘아니,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아.’(입증의 실패?)


이렇게 과정 자체에는 별다른 잘못된 점이 없어 보여도 정작 얻어진 결론은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그 이유는 간단히 마음의 입증 방식은 사고의 입증 방식과 다르기 때문이다.


마음의 입증은 근거의 타당성이 아니라, 그 마음을 입증하길 원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니까, 마음은 입증의 필요성을 느낄 때, 이미 실존적 의미를 갖고 존재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좋아하고 있는지 가설을 떠올릴 때, 이미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그 마음이 인간적인 호감인지, 이성적인 끌림인지, 그 크기는 어떠한지에 따라 좀 더 헷갈릴 뿐이다.


따라서 마음의 입증에 타당성 검토는 필요가 없다. 입증을 원했던 순간에, 마음을 확인하려던 순간에, 이미 마음은 존재할 테니까.


‘그래,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걸 보니) 나는 너를 좋아해.’(입증)


남은 것은  가설 소멸시킬지, 품고 있을지, 언젠가 드러낼지의 선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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