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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23. 2021

콜드플레이스

번화가를 걷다 보면 밖에서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안에서는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누구나 한 번쯤은 눈길을 돌리는 그런 장소가 있다. 딱 봐도 핫플레이스다.


타인의 경험이 자신에게도 항상 정답이 되지는 못 하겠지만, 그렇게 수많은 경험이 한 군데를 가리킨다면 얘기는 좀 다르다. 굳이 어려운 설명을 써 놓았는데, 한 마디로 인기가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위치가 좋든, 분위기가 좋든, 홍보를 잘 했든, 분명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있는,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일 확률은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국 그런 핫플레이스조차 자신이 원하는 매력을 온전히 갖춘 곳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곳은 정작 줄을 서는데 시간을 낭비해야 하고, 사람은 많아 정신이 없으며, 스스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기를 기대하기도 힘든, 건질  없이 인기만 많은 그런 장소가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콜드플레이스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한적하지만,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가볍게 방문할 수 있고, 한 켠에는 자신만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며,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이 없는 그런 곳.


물론 인기가 없는 곳에도 분명 이유는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 이유를 상쇄할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리고 그 무언가가 보편적이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취향과는 딱 맞는 독립적인 매력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콜드플레이스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때로는 그런 콜드플레이스를 찾고도, 되고도 싶다. 화려하게 하늘을 수놓지만 잠깐 사이 없어지고 마는 불꽃놀이보다, 은은하지만 언제나 남몰래 묵묵히 빛을 내뿜는 별빛과 같은, 그런 장소이자 사람을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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