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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29. 2021

유치해질 때

왜 가끔 어린아이처럼 보일까

어린 시절의 우리는 굳이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울며불며 보채서라도 가지려 했고, 하고 싶은 말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라도 꺼리지 않았으며,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떼를 쓰며 버티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리다는 이유로 이해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자라나면서 본심을 숨겨야 할 때와 본심을 숨기는 방법을 알게 된다.


원한다 해서 모두 가질 수도, 하고 싶다 해서 모두 말할 수도, 싫어한다 해서 모두 회피할 수만은 없음을 알게 된다. 마냥 이해받을 수 없는, 그렇게 조금은 서글퍼지는 때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정말로 마음속 깊이 숨겨왔던 그런 말과 행동을 외부로 표출할 때,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물론 그럴 때마다 꼭 유치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그렇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얼마나 성숙한지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단지 그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다다르지는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양보하고 타협하기 힘든 자신의 깊은 내면의 모습이 위협을 받는다고 여겨지는 데서 오는 절박함이란 쉽게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서 어떤 이는 타인과 갈등을 빚을 때, 어떤 이는 소중한 존재들로부터 마음을 인정받고자 할 때, 어떤 이는 사랑을 갈구할 때 유치해진다.


그럴 때 이들은 왜 유치해질까? 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만들까? 이는 그때의 이유들이 지켜내고 싶은 각자의 내면의 모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어떻게 해서든 그 모습마저 잃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의 발현인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유치해질 때란 단순히 본심에 가장 충실한 때일 수도 있다.


사실이라면, 그럴 때에 비로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토록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가장 잘 드러난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약한 모습이 드러나는 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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