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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Oct 18. 2021

관계를 떠나서야 눈에 들어오는 것

한 사람에게 맺어지는 인간관계들은, 일종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는 단어로 정의되곤 한다. 엄마와 딸, 상사와 부하직원, 교사와 학생 등이 해당된다.


그리고 그러한 단어들은 누군가를 한 사람의 인간이기 이전에 관계에 종속된 구성원으로서 인식하게 한다. 이는 결코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구성원이라는 위치에 놓여 있고, 노년기에 접어들지 않는 한 살아가면서 구성원으로서 속하는 집단의 수는 줄어들기보다는 늘어나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주어지는 보편적인 역할로서의, 즉 구성원으로서의 관계를 익숙하게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자신이든 타인이든 누군가에 대한 판단 역시 관계에 종속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할 때, 아들로서, 회사원으로서, 학생으로서의 판단이 먼저 선행되거나, 더 나아가 그렇게 선행된 판단에서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결국 이는 종종 사람에 대해 오판하게 만드는 주원인 중 하나가 된다. 우리 아들이 절대 그런 행동을 했을 리 없다고 우기는 부모가 오판의 적절한 예시가 될 수 있겠다.


나아가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해 단절해야 할지, 적당히 유지해야 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판단 역시 오판하게 만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판단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즉 인간에 대한 판단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때로는 아들을 아들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행동을 학생으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행동으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관계에 종속된 판단에는 객관성이 결여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계를 떠나서 바라볼 수 있을 때에서야, 가려졌던 선입견을 걷어낸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의 존재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그리고 나면 관계에 대한 판단 역시 이전보다 명확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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